완전한 냉동은 아니지만, 체온을 낮추어 동면 상태를 유지한 후에 시간을 두고 치료하여 성공한 사례는 있다. 작년 미국에서 심장마비로 사망 진단을 받은 여성을 이틀 동안 체온을 낮추었다가 높이면서 다시 깨어나도록 시술한 저체온치료법으로 되살렸다. 당시 의사들은 냉동 담요와 냉동 주사로 환자의 체온을 33℃까지 낮추어 신체의 모든 기능을 정지시킨 후에 서서히 온도를 높이자, 정지했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해서 소생한 것이다.
현재 존재하는 인체 냉동보존 서비스 기관 중에서 냉동 보존술에 대해 가장 많은 연구를 진행 중인 알코르생명연장재단에서는 대략 2040년경에 냉동인간 소생술이 실현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냉동 인간들이 100여 명 정도 존재하며, 냉동 인간이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도 천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공식적인 최초의 냉동인간은 암에 걸렸던 미국의 심리학자 제임스 베드포드이다. 그는 73세였던 1967년 미래에 암 치료법이 나오기를 희망하며 냉동인간이 되기를 원했고, 현재까지 액체질소를 채운 금속 용기 안에 동결된 상태로 안치되어 있다.
냉동 인간이 부활하기 위해서는 냉동 기술도 발달해야 하지만, 해동된 후에 그들이 원하는 대로 불치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의술도 같이 발전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냉동 인간들이 언제 부활할 수 있는 지는 아직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에틴거 박사는 냉동인간의 소생을 확신하고 자신의 1,000번째 생일에 초청할 친지들도 미리 정해 두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인체 냉동보존술은 미완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현재까지의 과학기술로는 인체의 전부가 아니라, 일부만을 냉동시킨 후에 정상적인 상태로 해동해서, 복구하는 정도만 가능하다.
냉동 인간을 죽은 상태가 아니라, 살아 있는 상태로 보아야 하는 지에 대해서도 논란의 여지가 많다. 물질적인 면에서만 본다면 죽기 직전에 살아 있는 사람과 죽은 직후의 사람의 차이는 거의 없다. 그러나 살아 있는 생명체는 끊임없이 세포도 만들고 음식을 소화시키지만, 죽음 직후부터는 그러한 모든 기능이 사라지고 부패가 시작된다. 냉동 인간은 이러한 기능이 멈춘 상태이지만, 부패가 진행되는 상태도 아니기 때문에 살아있다고 말할 수도 없고, 죽었다고 볼 수도 없다. 생명이 물질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물질로부터 생명이 탄생한 것이 아니라는 시각을 가진 과학자들이 많다. 인간을 냉동시키고 다시 부활시키려는 노력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그리고 혹시 부활된 인간들이 과거의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면, 혹시 그렇지 않다면 이들의 존재를 미래에 우리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과학의 발달로 인해 사회적으로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들이 많다.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