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라윤도(건양대 공연미디어학과 교수)

노무현 대통령의 역사적인 방북으로 이루어진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로 4일 양측 정상 간에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 번영을 위한 선언' 이 채택됨으로써 지난 2000년 김대중 전대통령의 첫 남북정상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빠져 있던 남북관계가 새로운 돌파구를 맞게 됐다. 이번 선언으로 남북 양측은 남북문제의 평화적 해결 및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됨으로써 지난해 북한의 핵무장 강행 이후 한반도에 드리워졌던 핵전쟁의 공포가 해소되는 효과도 기대된다.

특히 앞으로 회담의 후속 조치를 위한 남북총리회담, 남북국방장관회담이 오는 11월 중에 열리고 남북간 실질적인 경제협력을 위해 '남북경제협력공동위'를 부총리급으로 격상시키는 등 활발한 남북대화가 진행될 전망이다.

이같이 당분간 사회 전반이 각계각층의 대북 협력사업 러시에 휘말리게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지자체 차원에서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심사숙고 해봐야 한다. 물론 북한의 지자체라는 것이 우리와는 달라 지자체 차원의 접촉이 실효성이 있을 것인지는 의문의 여지가 많다. 그러나 독자적인 협력체제 구축은 어렵다 하여도 중앙 차원의 협력에 보완적인 역할은 충분히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경기도와 강원도 등 접경(接境) 지자체들은 개성공단 협력사업이나 금강산 육로관광 등을 통하여 부분적으로 북측 지자체와 협력관계를 이루어왔다. 그러나 사업의 주체들은 따로 있었기 때문에 해당 지자체의 역할은 단순히 교통로 제공에 머무르는 선이었지 양측 지자체 간 독자적인 접촉창구나 대화통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같은 지자체 간 협력의 미미함을 타파하기 위하여 몇몇 지자체들은 이번 정상회담 이전부터 대북 관련 현안문제들을 정상회담 의제로 포함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강원도는 철원군의회의 '경원선 및 금강산 전철 복원사업' 의제 채택을 기회로 금강산 전철의 조기 복원을 건의하였고, 경기도 파주시의 파주발전위원회는 통일 수도로 파주시 장단지역이 최적지라는 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전북도는 오는 23일부터 25일까지 도지사와 도내 시장&amp;amp;amp;amp;middot;군수&amp;amp;amp;amp;middot;지방의원&amp;amp;amp;amp;middot;농어민단체 관계자 등 100여명이 평남 남포특급시 대대리 축사 준공식에 참석한다. 이 축사는 전북도가 지난해부터 11억원을 투자해 건립한 것으로 종돈 250마리도 전달한다는 것이다. 전남도 역시 26일부터 29일까지 도지사를 비롯해 기초자치단체장들과 전남도민남북교류협의회 관계자 등 130여명이 평양시를 방문, 만경대 구역에 완공한 콩발효식품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다.

경북도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경협 조례 제정' 및 '우선 사업 선정' 을 추진하는 등 남북교류협력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1단계로 문화 관광 체육 학술 등 민간교류 중심을 통해 이해의 폭을 넓힌 뒤 구체적 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으로 '안동 하회탈춤과 북청 사자놀이 교류' '신라&amp;amp;amp;amp;middot;고구려사 공동연구' '경주-개성 왕조유적 발굴조사' '21세기 새마을운동 보급'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충청권에서는 'r&amp;amp;amp;amp;amp;d및 바이오산업' '지식기반산업' 등 첨단분야의 협력 가능성이 제기되고는 있으나 아직 구체적 협력 계획이 나오지 않고 있다. 남들이 한다고 무작정 따라하는 부화뇌동(附和雷同)은 안 될 말이지만 정책의 타이밍은 매우 중요하다. 향후 남북화해 국면이 우리 사회 저변의 새로운 기류로 자리잡아갈 가능성이 높은 시점에서 지자체 차원에서의 협력관계 수립의 중요성은 간과할 수 없다. 또한 남북화해 국면이 전개될수록 행정복합중심도시의 통일수도로서의 당위성과 관련한 논리개발도 중요하다. 경기도 파주시에서 통일수도 운운하는 것을 가볍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또한 꼭 경제협력이 아니더라도 충청이 조선 예학의 중심지임을 내세워 남북 양측간 50여년 간 달라진 예법의 복원을 시도해볼 수도 있다.

이미 새로운 남북화해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미래를 내다본 지자체 차원의 내실있는 협력관계를 지금이라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amp;amp;amp;amp;quot;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적당한 때&amp;amp;amp;amp;quot;라는 옛말도 있지 않은가.

라윤도(건양대 공연미디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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