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어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 8개 항에 합의했다. '10.4평화번영선언'은 남북관계를 확대·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내용을 포괄적으로 담고 있다. 한반도 평화정착과 긴장완화, 경제협력 등을 위한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두 정상이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는 점이 특히 눈에 띈다.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을 추진하기로 방법론을 명시한 것은 바람직하다. 한반도에서 어떤 전쟁도 반대하며 불가침의무를 확고히 준수하기로 한 것도 고무적이다.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위한 의지를 확인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남북정상이 수시로 만나 현안을 협의하기로 한 것도 정상회담 정례화에 합의한 것으로 볼 수 있어 긍정적이다. 또한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 설치, 백두산 - 서울 직항로 개설, 경제특구건설과 해주항 활용 등의 경협관련 합의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시급한 통행·통신·통관 등 이른 바 3통 문제를 조속히 완비해 나가기로 한 것은 의미가 크다.

하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북핵 폐기에 대한 확실한 언급이 없는 것은 실망스럽다. 6자회담에서 핵시설 불능화·신고를 연말까지 완료한다고는 했지만 정상회담에서 이를 재확인했어야 했다. 또한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를 명시하지 않은 것도 걸린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염두에 둔 '통일 지향을 위해 법률적, 제도적 장치의 정비'도 논란거리다.

특히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 설치 등은 북방한계선(nll) 무력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신중히 접근해야 할 문제다. 두 정상이 수시로 만나 현안을 협의하기로 했다면서도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그럼에도 '10.4선언'이 과거와는 다른 '또 하나의 진전'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듯하다. 관건은 실천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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