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남북정상선언'은 6.15공동선언에 비해 통일 문제나 방안에 대해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언급한 대목은 적다.

1항에 포함된 "남과 북은 우리민족끼리 정신에 따라 통일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며 민족의 존엄과 이익을 중시하고 모든 것을 이에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는 부분이 눈에 띨 뿐이다.

남북은 대신 이번 선언에서 6.15공동선언의 정신을 재확인하고 이 선언에 기초해 남북관계를 확대,발전시키기로 합의했다. 정부는 이번 선언을 설명한 자료를 통해 "통일문제는 6.15 남북공동선언을 통해 잘 정리돼 있다고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6.15공동선언 2항에는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 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는 내용의 '통일방안'을 담고 있다.

따라서 당시 이같은 내용을 두고 북한의 연방제 통일 방안을 남측이 수용했다는일부의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서는 남북이 통일문제와 관련, 6.15 공동선언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총론에서 합의를 이끌어 낸 뒤 각론 차원에서 경제협력이나 군사적 긴장완화조치 등에 합의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시 말해 통일 문제를 '정치적 문제'로 접근하기 보다는 교류협력을 통한 공존적 통일을 지향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통일 문제에 대해 방안이 문제가 아니라 상호 신뢰를 증진시키면서 평화와 공동번영을 실현내 나가는 과정을 통해 통일이 가능하다는 일관된 입장을보여왔다.

이러한 정부 입장은 그간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읽을 수 있다. 노 대통령은 2005년 4월 13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동포간담회에서 "통일은 먼저 평화구조를 정착시키고 그 토대 위에서 점차 교류협력을 통해 관계를 발전시키고 또 북측도 통일을 감당할 만한 역량이 성숙되면 국가연합 단계를 거쳐서 통일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북한 입장에서도 남북 사이에 경제력 차이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당장 정치적 통일 문제를 진전시키기 보다는 남북 경제협력을 통해 공존하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남북은 이번 선언을 통해 남북관계를 사상과 제도의 차이를 초월해 상호 존중과 신뢰의 관계로 발전시키는 한편 상호 내정을 간섭하지 않고 제반 문제를 화해와 협력, 통일에 부합되게 해결키로 합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을 비롯한 남측대표단이 북한의 아리랑 공연을 관람한 것도 이러한 상호 체제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것이 정부 당국의 설명이다.

특히 '법률적 제도적 장치를 통일 지향적으로 정비한다'고 합의한 내용은 다음달 열기로 합의한 남북총리회담 등에서 국가보안법과 북한의 노동당 규약 문제가 논의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으로 보인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은 "남북이 한마디로 통일 문제를 실용적으로 다룬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통일을 정치적 면이 아니라 화해와 협력을 통한 경제공동체 건설이라는 비정치적 측면에서 접근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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