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 국회동의 절차 충분히 받아야"
이번 정상회담의 의미와 성과를 나름대로 평가하면서도 당 차원에서 최우선 의제로 요구해 온 북핵문제를 비롯, 납북자 및 국군포로 등 인도적 사안에 대한 실질적 합의가 없었다며 비판적 입장을 피력하고 나선 것.
경제특구 건설이나 안변.남포 조선협력단지 건설 등 남북경제협력 방안에 대해선 "국민적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국회 동의절차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다만 비판의 강도는 예상보다 낮았고, 비판의 방법도 다소 절제된 모습이었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적극 찬성'도, '적극 반대'도 아닌 다소 어정쩡하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은 7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북핵폐기를 위한 6자회담 2단계 조치 합의로 한반도 평화무드가 급속히 조성되고 있는 가운데 정상회담 결과를 무작정 비판할 경우 자칫 범여권의 '의도'대로 '반(反)통일세력'으로 낙인 찍히면서 여론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강재섭 대표와 남북정상회담 tf(태스크포스) 팀장을 맡고 있는 정형근 최고위원등 당 지도부는 이날 점심을 도시락으로 해결하며 '10.4 선언'에 대한 입장과 향후 대책을 조율했다. 오후에는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까지 열었다.
강 대표는 회의에서 "남북 정상이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많은 합의를 한 점은 인정한다"면서 "(그러나) 북핵 폐기와 분단고통 해소,군사적 신뢰구축 문제 등 핵심 사안이 선언적 내용에 그치거나 지엽적으로 다뤄진 것은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박형준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양 정상의 한반도 평화정착 노력을 긍정적으로평가한다. 이번 선언이 남북관계 발전에 진전을 가져오길 기대한다"면서 "남북경제공동체 협력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그러나 "한반도 평화와 안보, 분단고통 해소라는 점에서 이번 회담의 결과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국민과 국제사회가 가장 중요한것으로 보고 있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실질적 조치에 대해 정상간 합의가 없었다는 점이 아쉽다. 북핵폐기 없는 성급한 종전선언 추진은 자제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구체적 합의사항 가운데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문제와 함께 통일지향 법과 제도 정비 부분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남과 북이 서해에서의 우발적 충돌방지를위해 공동어로수역을 지정한다고 하는데 이는 결국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한다는 것 아니냐"면서 "nll 포기는 우리의 해상영토를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이 부분에 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또 "통일지향적 발전을 위해 법률적, 제도적 장치를 정비한다고 했는데 결국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겠다'는 약속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당내에선 이번 정상회담의 대선 영향 여부에 대한 반응이 엇갈렸다.
3선의 홍준표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합의중 nll 문제를 모호하게 처리한 것을 제외하고는 큰 틀에서 한나라당의 지향점과 비슷하다고 본다.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이번 정상회담이 대선에 이용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재원 당 정보위원장도 "이벤트성 합의사항 한 두 건 말고는 핵심적 사안에 대한 구체적 합의가 없다"면서 "범여권에서 이번 정상회담을 대선에 이용하려고 피나는 노력을 하겠지만 그러기에는 내용이 부실하다.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김정훈 공보부대표는 "종전선언을 위한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을 한다고하는데 그러면 당연히 입영을 앞둔 당사자나 부모들의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모병제공약 등이 나오지 않겠느냐"면서 "그러면 대선판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이날 점심 대책회의와 최고위원회의에서도 11월 서울 남북 총리회담과 평양 국방장관회담이 대선에 악용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지적들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성향의 김용갑 의원은 "이번 합의는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비전제시에 불과하며, 실현을 위해서는 수 많은 협상과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그런 점에서 총리회담과 국방장관회담은 너무 성급하며, 차기 정권이 하게 해 줘야 옳다. 국민부담으로돌아 올 남북경협도 다음 정권에서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충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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