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끔씩 어렵고 난처한 일들에 부딪힐 때마다 누군가의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갈구한다. 그러면서 새삼스럽게 인간관계의 기준을 되새겨 보기도 한다. 물론 인간관계의 기준을 따지는 것은 조금은 복잡하고 난해한 문제일 수가 있다. 하지만 시선을 돌려 우리 주변의 가까운 지인들을 떠올려 보면 그 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인간관계의 기준은 "타인에게 도움이 되느냐 아니면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타인들로부터 어떤 관계를 떠나서 도움을 받기도 하고 도움을 주기도 한다. 만약에 그 도움이 효과가 있으면 서로의 관계가 가까워지고, 그렇지 않으면 그저 그렇게 살아가며, 혹시라도 그 도움이 역효과로 돌아오면 관계가 멀어지는 것이 세상사인 것 같다.

어려서는 '사랑'이라는 미명하에 부모님으로부터 도움을 받고, 자라서는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친구들로부터 도움을 받으며,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는 '의리와 신용'이라는 계약 하에 도움을 받는다. 도움에 대한 댓가를 따지면 않되겠지만 아무튼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도움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사람이 제일 견디기 어려운 것들 중의 하나가 '외로움'이다. 그런데 요즈음 외로움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의 수가 점점 더 많아지는 추세이다. 우리가 매스컴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비행청소년들이나 독거노인들의 문제들을 들여다보자. 그들은 한결같이 학교와 가정에서 따뜻한 도움을 받지 못해 도움의 손길을 찾아 길거리를 배회하며 방황한다고 울먹인다. 물질적인 것을 떠나서 정신적으로 괴로워하는 그들의 외로움은 우리사회의 인정 메마른 이기심을 신랄하게 꼬집는 것은 아닐까?

어떤 이는 외로움을 배고픔과 비교한다. 여기에서 배고픔이 신체적인 건강을 위하여 필요한 욕구라면 외로움은 정신적인 건강 다시 말해서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서로에게 필요한 관심과 사랑을 나누며 건강한 인간관계를 가지라는 신호일 것이다. 그래서 지독한 외로움에 쩔쩔매본 사람만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깊이 깨닫고 조건 없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할 것이다.

도움이란 친절함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지 어떤 댓가성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진정한 행복이란 조건 없이 서로 이해해주고 아껴주며 따뜻한 정을 느끼면서 살아가야만 그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알고 있는 지인들 중의 한분은 새해가 되면 모든 사람들에게 인사치례로 항상 "조건 없이 행복하세요"라고 덕담을 해주신다. 정말로 따뜻하고 아름다운 덕담이다. 조건 없이 행복하다는 것은 신뢰를 전제로 외로움이나 고독함을 해결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융합된 말이다.

흔히들 사람들은 서로의 외로움과 괴로움, 그리고 기쁨과 슬픔을 진정으로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가 한명이라도 있으면 성공하고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러한 인간관계를 원한다면 우리는 먼저 타인들에게 친절한 사람이 되어야한다. 친절이란 아무런 사심 없이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도움을 줄 수 있는 인간관계의 기본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행복한 사람의 마음속에는 항상 사랑이 있고 그 사랑의 시작이 진실한 관심으로 바뀔 수 있으면, 그리고 친절한 모습으로 타인들에게 표출되어진다면 우리가 험난하고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조금이나마 살맛나지 않을까 간절히 생각도 해본다.



/박기태건양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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