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 사회일반
사라지는 현대, 12년 영욕의 역사
충청일보  |  news@ccdailynews.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07.10.05  21:45:57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일 수원야구장에서 벌어진 프로야구 한화와 현대의 경기에서 현대 투수 김수경이 역투하고 있다. 구단매각이 논의되고 있는 현대 선수들은 사실상 이날 경기가 현대 유니콘스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 경기다.

프로야구 현대 유니콘스가 5일 홈구장 수원에서 벌어진 한화 이글스와 경기를 끝으로 12년 영욕의 역사를 마감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stx 그룹 간 유니콘스 인수 협상이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어 '현대'라는 이름으로 치른 경기는 이날이 마지막이 됐다.

kbo는 1월 이사회에서 "무조건 8개 구단 체제로 간다"고 결의하고 모그룹 자금난으로 연초부터 휘청거렸던 현대에 운영 자금을 대출해주면서 시즌 끝까지 끌고 왔다.

국내 수위를 다투던 굴지의 대그룹임에도 경쟁사보다 프로야구에 뒤늦게 뛰어든 현대는 판 전체를 집어삼킬 듯한 무서운 기세로 스타급 선수들을 싹쓸이했고 단기간 한국시리즈를 4차례나 제패하면서 명문 구단으로 도약했다.

그러나 야구에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던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 2003년 타계한 뒤 현대가를 대표해 실질적으로 구단 운영을 총괄해 온 정몽구 현대.기아차 그룹 회장이 올해부터 지원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결정타를 맞았고 1년에 걸친 매각 협상 끝에 어렵사리 새 둥지를 틀기 일보 직전까지 왔다.

팔려가는 처지이나 현대 유니콘스가 12년 간 프로야구에 남긴 족적은 뚜렷하다.

1994년 실업 야구단 현대 피닉스를 창단, 엄청난 거액을 들여 거물급 대학 선수들을 싹쓸이하고 아마추어 무대를 평정한 현대는 1995년 9월 태평양 돌핀스를 인수하면서 프로야구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그라운드의 여우' 김재박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앉힌 현대는 막강한 자금력과 프로와 아마추어 팀을 동시에 거느리고 있던 장점을 십분 활용, 또 다시 최고 선수들을 끌어 모았다.

몸값 폭등의 상징이 된 자유계약선수(fa) 제도 이전부터 현대는 '규모의 야구'를 펼쳤던 셈.

신인 박재홍과 꾀돌이 톱타자 전준호 등이 트레이드로 현대 유니폼을 입었고 강팀 토대를 마련하는데 큰 능력을 발휘했다.

특히 입단 첫해 30홈런-30도루라는 신기원을 연 '괴물 신인' 박재홍의 활약을 앞세워 현대는 1996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며 일대 돌풍을 일으켰다.

1997년 말에는 쌍방울로부터 당시로서는 거액인 9억원을 주고 당대 최고 포수로 발돋움한 박경완(현 sk)을 영입, 안방을 맡기면서 투수왕국의 기초를 다졌다.

1998년 다시 쌍방울에 현금 6억원을 주고 좌완 조규제도 데려온 현대는 정규 시즌을 1위로 마쳤고 마침내 인천 연고 팀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최고에 올랐다.

프로 원년 구단이자 최대 라이벌 삼성이 단 한 번도 한국시리즈 축배를 들지 못한 사이 현대가 창단 3년 만에 대업을 이룬 것은 상당한 충격이었다.

현대는 정민태, 김수경, 임선동 등 18승 투수를 세 명이나 배출한 2000년 정규시즌에서는 역대 한 시즌 최다승 91승(2무40패)을 올리며 압도적인 실력으로 두 번째 한국시리즈 정상을 밟았다.

그러나 현대의 막강한 파워는 이 때가 마지막이었다. 그해 '왕자의 난'을 통해 그룹이 쪼개졌고 모기업 하이닉스가 2001년 채권단에 넘어가면서 화통했던 자금 지원은 사라졌다.

재정난에 처한 현대는 새 연고지로 택한 서울에 들어올 자금 54억원이 없어 수원에 눌러 앉았고 2002년 이후 6년간 신인 1차 지명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부자 망해도 3년 간다'는 말처럼 '일각수 부대'는 흙속의 진주를 발굴, 조용준(2002년)-이동학(2003년)-오재영(2004년) 등 신인왕을 3년 연속 배출하는 저력을 뽐냈다.

2001~2002년 연속 4강권에 오른 현대는 2003년과 2004년 sk와 각각 삼성을 제물로 한국시리즈 2연패에 성공하며 명가의 자존심을 세웠다. 한국시리즈 2연패는 해태(1986~1989, 1996~1997) 이후 처음이었다.

현대는 2005년 주축 박진만과 심정수를 거액에 삼성에 뺏기고 급락했지만 지난해 끈끈한 조직력 하나로 정규 시즌 2위에 뛰어 오르며 작은 이변을 연출했다.

11년을 지휘한 김재박 감독을 lg로 보내고 터줏대감 김시진 감독이 사령탑에 앉은 올해, 현대는 새로운 도약을 노렸으나 계속된 자금난으로 선수단 사기가 떨어지면서 고전했다.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조직력 하나로 전력 누수를 메우기엔 한계에 이르렀고 다시 하위권 추락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현대는 한화와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하며 56승1무69패, 6위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현대라는 이름으로 12년 간 올린 성적은 통산 834승37무682패, 승률은 0.550이다.

충청일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