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그 말많고 탈이 넘쳤던 종편(종합편성채널)이 한 개도 아닌 4개가 전파를 발사했다. 방송계, 아니 전체 언론계의 지각변동이 일어난 셈이다. 종합편성채널이란 현재 케이블방송 처럼 한가지만의 장르를 방송하는 것이 아닌 뉴스,오락,교양,드라마,스포츠 등 모든 장르의 프로그램을 내보낼 수 있다. 유선(케이블)을 통해 송출이 되며 따라서 공중파 방송과 달리 유료이다.

융합이라는 트렌드를 앞세워 MB정권이 꿋꿋하게(?) 추진해 온 이 미디어 정책은 그간 대다수 언론종사자들로부터 강력한 반발을 샀으나 결국 오늘에 이르렀다. 거대자본을 바탕으로 방송 겸영을 하게 된 메이저신문들은 몸집 불리기와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겠지만 그 이면에는 이 공룡미디어의 출현으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수많은 언론 종사자들이 있다.


-광고시장 부익부빈익빈 심화


종편은 지난 2009년7월한나라당이 신문과 대기업이 지상파와 종편, 보도전문채널의 지분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미디어법 개정안을 일방처리해 소위 메이저 신문사의 방송 사업 진출에 길을 터줌으로 태동됐다. 종편은 지역신문과 방송, 풀뿌리 언론사들을 무너뜨리고, 지역여론 다양성과 공공성도 파괴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압도적이다.

종편의 등장으로 언론사 주 수입원인 광고시장도 약육강식의 무한 경쟁체제로 돌입했다. 광고 수익이 급감하는 중소 언론사나 지역신문, 지역민방 등은 경영 기반이 흔들거리게 돼 새로운 대안과 타개책 세우기에 골몰하다.

특히 자본과 광고시장이 극도로 열악한 지방신문사의 걱정은 일반의 생각을 뛰어넘는다. 경기침체속에 광고시장 파이가 늘어나는 것이 아닌 만큼 제로섬 게임을 해야 하는데 현대판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이다. 생계의 문제와 존립의 위기까지 걱정을 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이유가 여기 있다.

실상을 보면 수긍이 갈 것이다. 지난 해 우리나라 전체 광고시장 규모는 8조4000억원 정도이며 이중 TV가 1조9천억원 이고 신문은 1조7000억원 정도이다. 10년전 광고 총액인 5조7000억에 비해 총량이 증가했지만 TV는 약 500억정도, 신문은 약 2000억원 정도가 줄었다. 이 감소한 부분은 인터넷 등 뉴미디어쪽으로 이동했다. 2001년 2900억 이던 것이 9배가 넘는 2조5000억 정도로 큰폭 신장했다. 그런데 주시해야 할 것은 온라인, 오프라인에서도 강세인 덩치 큰 신문사들이 영향을 받았다기 보다 지역의 소규모 신문사들의 광고가 쪼그라들었다는 점이다. 지금도 광고와 판매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 부익부빈익빈의 양극화 구조가 이 종편'괴물'의 출현으로 더 고착화되는 극한으로 몰릴 수 밖에 없다.


-지방언론은 존립 위기감 팽배

이미 한참 전부터 종편들이 지역을 다니며 광고 협찬을 압박한다는 말들이 심심치 않게 들려왔고 지방신문사들의 몇 년치 홍보비용을 한꺼번에 내놓으라는 억지도 부린다는 말까지 나돌아다닌다. 예고가 된 것 이긴 하지만 나만 살고보자는 식의 오만에 가까운 영업활동의 폐해로 인해 광고주들은 피로감과 거부감을 느끼게 된다.일부 종편은 룰을 깨고 독자적 광고자회사를 만들어질서를 흐트리고도 있다. 이를 제도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미디어 렙법은 출산이 계속 지연되고 있는 사이 막대한 자본금과 연간 수천억이 들어야하는 운영비를 광고영업으로 대부분 충당해 손실을 막아야 한다는 기업원리에 천착해 공존의 틀을 파괴하는 무소불위 행위를 하고 있는 셈이다.

지방의 언론종사자 입장에서 현 상황을 타개해 나갈 마땅한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는 고민이 깊어지지만 미디어법과 종편의 등장이 지방균형발전의 큰 패러다임에도 역주행 한다는 것은 큰 문제이다.가뜩이나 현 정부는 수도권과 대기업 위주 정책으로 국론 분열과 양극화를 조장해왔다는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데 언론 생태계마저 파괴시켜 마이너들을 고사시킨다는 비판까지 받게 됐다.지방신문 살린다는 관련법의 개정도 미룬 채 미봉으로 법 연장에 그친 것도 그렇지만 지원 내용도 지방언론의 육성과는 거리가 먼 것도 예시이다.이 시간 지방언론은 그야말로 불빛 하나 없는 터널로 들어서고 있다.



/이정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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