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에 본부를 둔 뉴세븐원더스(The New 7wonders)재단이 지난 11월 12일 홈페이지를 통해 제주도를 비롯한 7개 지역을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했고, 23일 카타르에서 제1회 피스 앤드 스포츠컵 국제탁구대회에서 20년 만에 남북 단일팀을 이루어 남자부는 우승하고 여자부는 준우승을 하였을 때 온 국민이 우리가 무척 자랑스럽고 행복했는데, 지난 24일에는 듣기조차 끔찍하고 슬픈 비보를 접하고, 온 국민이 실망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서울 어느 고등학교 3학년 지모(18)군이 성적문제로 갈등이 심했던 어머니를 찔러 죽이고, 8개월간이나 시신을 방치한 패륜적인 범죄가 있었다니 너무나 불행하고 부끄러운 심정이다. 이러한 천인공노할 만행이 있기까지는 어머니의 빗나간 교육열과 갈등이 초래한 10대의 무절제한 반항과 인명 경시 풍조가 있었다.

이러한 가슴 아픈 비극은 다시는 없어야 하겠고,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우려를 한다. 앞으로 예방차원에서 대책을 수립하고, 빗나간 교육열을 바로잡고, 청소년을 선도하는 계기가 되길 갈망(渴望)한다.

지군은 5년 전 아버지가 가출하고 어머니와 함께 살던 중학교 1학년 때부터 1등만을 강요하는 어머니의 잔소리에 시달렸다고 한다. 아들의 성공을 인생의 목표로 삼은 듯, 성적이 떨어지면 "공부를 잘 해야 한다.", "전국에서 1등을 해야 한다."며 의지가 약하다고 밥을 굶기고 골프채로 수십 번씩 때렸다니! 학력고사 결과, 명문대를 갈 수 없는 전국 4000?5000등을 전국 60여 등으로 위조하여 보여줘도 만족하지 못하는 어머니의 압박감이 너무 심했다고 한다.

이러한 스트레스와 거짓말은 결국 무서운 범죄를 불러왔다. '학부모 총회'에 어머니가 참석하여 담임선생님과 면담을 하면 성적을 위조한 사실이 발각될 것이라고 불안해하던 끝에, 부엌에 있던 식칼로 자고 있던 어머니를 살해하게 되었다니! 그릇된 교육열이 거짓말을 부르고, 이로 인하여 식칼이 살인을 하는 흉기가 된 것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살인을 하고도 친구들을 불러 라면을 끓여 먹기도 하고, 시신이 썩고 있는 문틈을 밀폐하여 냄새가 새어나오는 것을 막고, 무려 8개월간이나 태연하게 행동하였고, 지난 11월 10일 시행된 수학능력평가도 정상적으로 치렀다니 아무리 철부지이고 인면수심(人面獸心)일지라도 어처구니없다.

이런 패륜적인 유사한 사건이 지금까지 여러 번 있었던 것 같다.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들도 빗나간 교육열로 과잉보호를 하지 않아야 하겠다. 예전에는 대체로 엄부자모(嚴父慈母)였는데 요즘은 어머니들이 더 심한 것 같다.

자녀에게 공부만 강요하고, 부모 인생과 자녀 인생을 구분하지 못하고 대리만족을 꾀하고, 성공한 부모는 자식이 못할까 불안하고, 실패한 부모는 자식의 성공으로 새로운 보상을 얻으려 한다면 시급히 시정되어야 한다.

자녀들은 고민이 있을 때 엉뚱한 일탈(逸脫)을 하지 말고, 허심탄회한 상담을 통한 현명한 해법을 찾고, 어떤 경우라도 인명(人命)을 중시하고, 아직 효도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은혜는 알아야 한다.

무조건 명문대에 가려고 하지 말고 자기의 소질과 특기를 살려 능력에 맞는 진로를 선택하여 보람있고 행복한 삶을 영위해야 한다. 이러기 위해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하는 사람도 조금도 불이익과 차별을 받지 않는 사회가 되도록 국가적 대책과 국민들의 각성이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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