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 NO.1 공약 내세우진 않을듯"

한나라당이 이명박(李明博) 대선후보의 대표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이 후보의 공약 확정 작업을 담당하는 일류국가미래비전위원회는 대운하 공약의위상과 명칭 등을 놓고 내부적으로 논란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운하의 수익성, 환경파괴 가능성 등에 대한 외부의 공세가 거센데다 당내에서조차 "대표 공약으로는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점을 우려한 관계자들이 대운하의 대표공약 이미지 탈색과 명칭 변경 등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약 성안을 지원하고 있는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최근 문건을 통해 "토목 출신 티내느냐"며 대운하 공약을 비판해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요구에 반대하는 의견 역시 만만치 않아서 비전위 내부에선 팽팽한 대립이 이어져왔다고 한다.

이에 따라 비전위는 공약의 일괄 발표 시기를 당초 예정했던 10일이 아닌 이달 말께로 미룰 예정이다. 연기 배경은 남북 정상회담 여파가 가신 이후 범여권 후보가결정될 때쯤 공약을 내놓으려는 의도라는 게 비전위측 설명이지만 대운하 문제를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적지않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다만 일부 주요 공약 2~3개 정도는 10월말 이전에라도 필요할 때마다 단건으로 발표될 것이라는 게 비전위 측의 설명이다.

대운하의 대표공약 논란과 관련, 비전위는 논의를 거듭한 끝에 일단 대운하를 '1번 공약'으로 내세우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다른 공약을 대표공약으로 대체하기 보다는 대운하를 포함한 10대 주요공약을 같은 비중으로 선정해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즉 특정 공약을 후보의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우지 않겠다는 것.

김형오 비전위원장은 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대운하를 굳이 대표공약으로 할 필요없다는 의견이 많다"면서 "대운하를 후순위로 미루는 것은 아니다. 공약들 간에 순위를 정하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명칭 문제의 경우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결국 '한반도 대운하'란 명칭이 유지되는 쪽으로 결론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대운하'가 인공적이고 토목공사 냄새가 난다는 점을 우려하는 관계자들은 '한반도 물길잇기', '한반도 물길복원', '한반도 물길살리기' 등 친환경적이면서 자연스러운 새 이름을 제안하고 있지만, 명칭을 유지하자는 의견이 더 우세하다는 것이다.

비전위 관계자는 "대운하를 포기할 게 아니라면 '눈가리고 아웅'하기 보다 정면돌파를 해야 한다"면서 "이름만 바꾸는 것으로 반대하던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