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이제 한해가 마무리되어 간다. 무척이도 복잡다단, 골치 아프게 지난 한해이다. 여기저기서 터져 오른 돌발변수, 꼼수들이 전국적인 상황에서만아니라 지역문제에서도 끊임없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무리 다이나믹한 것을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심해도 너무 심하다. 좀 차분하고 꾸준하면서도 힘 있게 이루는 그런 것들이었으면 좋으련만 너무 변화무쌍하다. 잠시라도 멈춰 서 있으면 불안하기까지 한다. 이런 행태는 우선은 뭔가 꿈틀대고 살아있는 것 같긴 하겠지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 요즈음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한류의 성공들은 얄팍한 임기응변으로는 나올 수 없는 것들이다. 역사 속에서 깊이 삭혀지고 숙성되어 남은 것들이다.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들이 아니다.

또한 현재 우리의 다이나믹성도 역사의 굴절과 억압 속에서 이를 이겨 버텨내려는 원초적 저항 속에서 퇴적되어지고 뭉쳐진 것들이지 그냥 나오는 것들이 아니다. 아이돌과 그에 대한 반응의 폭발력도 온전히 만들어져 나온 것이 아니라, 사회와 교육의 억압구조에 대한 반발력이 뭉치고 뭉쳐져 더욱 강렬하게 발산되는 것인지 모른다. 이러한 도전과 그에 대한 응전 가운데에서 새로운 문화가 피어오르는 것이다.

우리 청주에서도 새로운 도전에 이에 대한 응전으로 문화창조가 더욱 강렬해 지기 바란다. 우리 지역에 있어서 가장 도시 목표의 큰 줄기는 교육문화도시와 역사문화도시라고 표현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교육문화도시는 빛을 잃어 갈길 몰라 하고 있고, 역사도시라 하기에는 상징될 수 있는 것이 뚜렷이 없다. 물론 지방자치 5기의 목표는 무리하기는 하지만 녹색수도라고 한다. 녹화사업으로 1004만 그루의 나무를 심느라 너무 분주하고 번잡하다. 그러나 우암산이나, 사직산에 올라가 보면 도시 중심부에는 온통 콘크리트 빌딩 특히 고층 아파트들이 시야를 가로막을 뿐이지 녹색벨트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많은 식자들이 도시의 상징성을 강조하여 논의한다. 그러나 청주의 '트레이드 마크'가 자칫 초고층 아파트 괴물로 착각하게 해주어 마음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우암산을 바라 다 본다. 어느새 방송철탑이 제각각 세 개가 세워져있다. 그동안 청주의 상징이라고 여겨져 온 우암산에 방송 각사가 경쟁적으로 송신탑을 세워 철뿔이 솟아 있다. 지나간 일을 뒷북치는 것 같아 미안하긴 하지만 세번째 탑이 들어 선 것이 14년 전쯤인데 그 때 통합 방송탑으로 건립했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절실했었다.

이미 지나간 일이다. 그런데 이쯤에서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 우암산과 거기에 자리 잡고 있는 와우산성은 청주의 중요한 역사유적이고, 문화, 녹지 시설이다. 이제는 원상으로 되돌리자. 이를 위해 방송철탑들을 철거하고 이전하자. 3개사 방송탑은 우암산 정상에서 내려와 통합 방송탑으로 다시 세워져야 한다. 위치에 대해 고민해 본다. 첫째 우암산에 세울지라도 다시 와우산성을 훼손해서는 안된다. 둘째는 과감하게 우암산을 떠나 사직동으로 가보자. 예전 KBS자리가 썩고 있다. 예술시설로 논의도 있었다. 그 것을 복합하여, 방송타워와 도시전망탑, 예술문화 복합시설을 세워 청주의 상징으로 만들어 보자. 그 탑에서 청주인근 원거리의 전경도 바라보고, 야경도 둘러보자. 이곳에 올라가면 미호천과 미호평야 들녘이 펼쳐져 보이고, 동쪽의 상당산성, 동남쪽의 속리산, 서북쪽의 흑성산, 서남쪽의 세종시, 남쪽의 계룡산 들 빼어난 명산들이 눈에 흠뻑 들어 올 것이다. 이쯤 되면 청주의 상징으로, 새로운 관광명소로 불려 져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우암산에서 뻗어 내린 녹색띠가 무심천까지 닿게 하고, 무심천 강변에도 가로수가 아닌 숲을 가꾸어 보자. 청원군청자리와 중앙공원에 청주목 관아와 충청병영관아를 복원해 놓자. 이것이 역사문화도시, 그리고 이른바 녹색수도의 종결자다. 청주의 품격이다.



/정지성 화사랑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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