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그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본부 사무실에 대한 압수 수색을 시도했다. 이유는 노무현 대통령의 명의도용 사건 관련 수사를 위해서다. 정 후보 측 관계자들의 물리적 저지로 압수수색은 무산됐다. 하지만 여진은 간단치 않다. 정 후보 측이 '음모론'을 제기하며 '공권력을 동원한 정동영 죽이기'라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후보 측은 어제 경찰의 압수수색을 "친노(親盧)세력이 공권력을 동원한 '정동영 후보 죽이기'이며 후보 찬탈 음모"라고 했다. 경찰의 압수수색이 이해찬 후보 측과의 긴밀한 교감 속에서 진행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나아가 정 후보 죽이기가 좌절된다면 이 후보 등 "친노세력들이 당을 깨고 새로운 친노 신당을 창당하려 시도할 것"이라고 역공했다.

그러나 손학규, 이해찬 후보 측은 "정 후보는 더 이상 후보자격을 유지할 명분이 없다"며 '후보직을 사퇴하라"고 공세 수위를 더 높이고 있다. 당 지도부가 발표한 경선 수습안에는 '위법사항 적발시 후보자격 박탈'이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당의 경선이 불법·부정 선거운동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에 좌우되는 꼴이 될 판이다.

사정이 이러니 경선이 제대로 될 지 의문이다. 후보들이 서로 불법·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폭로전을 펼치면서 경선후의 극심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벌써부터 '부정·불법 시비가 해소되지 않은 채 경선이 완료될 경우 후속조치로 소송도 할 수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흥행 부진은 고사하고 경선 판이 깨질 위기에 놓여있는 것이다.

경선 도중에 룰을 바꾸는 당에 수권능력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불법·부정선거 의혹 폭로전으로 날을 새는 후보들에 과연 대통령 자격이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당이나 후보들이나 한심하기는 매 한가지다. '초등학교 반장선거보다 못하다'는 비아냥을 들어도 할 말이 없지 싶다. 차라리 더 늦기 전에 경선을 접고 세 후보가 각자 제 갈 길로 가는 게 나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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