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난 모델의 꿈이 어머니의 반대로 무산 된 이후 연기자가 되는 희망을 버리지 못했었다. 하여 어머니 몰래 몇 년을 연기자 학원을 다닌 적 있었다. 그땐 진정 훌륭한 연기자가 되는 게 최고의 꿈이었었다. 하지만 어머니한테 그 사실을 들킨 후 호되게 꾸지람을 듣고 나의 꿈을 접어야 했다. 그때나 이때나 연예인들의 삶은 겉으로 보기엔 매우 화려했다. 대중들의 갈채를 받는 것은 물론 많은 돈을 힘들이지 않고 단숨에 벌 수 있는 게 연예인이기도 하다.
남들은 평생 뼈 빠지게 일을 해도 손에 쥘 수 없는 큰돈을 연예인들은 대중들의 인기 만 등에 업으면 쉽사리 만질 수 있기도 하다. 어디 이뿐이랴. 젊은 나이에 대중들의 갈채와 돈을 양 손에 거머쥐니 그야말로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지 않는가. 나의 어머니는 그 때 이미 이것을 경계 하였었다. 만에 하나 내가 인기를 누리는 연예인이 되어 대중들의 갈채와 많은 부(富)를 쌓았다고 하여도 그것이 행복의 전부는 아니라고 어머니는 말씀 하셨었다. 세상에서 가장 헤어나기 어려울 만큼 중독성이 강한 것은 대중의 인기와 재물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쉬 얻은 것은 또한 쉽게 잃는 법이니 그 인기와 재물이 영원히 존재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평상심을 잃게 되어 자칫 폐인이 될 소지가 농후하다는 어머니 말씀이었다. 항간에 일어나는 연예인들의 자살을 지켜보며 이제야 어머니의 그 말씀을 가슴 깊이 깨우치게 된다. 이즈막 젊은이들은 대중의 인기를 먹고사는 연예인을 몹시 부러워한다. 연예인 만 되면 남들보다 몇 십 년은 인생이 앞서간다고 믿고 있다. 그렇긴 하다. 인기만 얻으면 CF 촬영으로 떼 돈 벌겠다 영화, 텔레비전의 출연료 받겠다 대중들 앞에 얼굴만 내밀면 그게 다 돈으로 환산되니 어찌 이들이 부럽지 않으랴. 더구나 요즘처럼 고물가, 극심한 취업난엔 어찌 보면 연예인이 되는 일은 로또 맞는 거나 다름없는 환상을 안겨주잖은가.
하지만 감히 젊은이들에게 말하련다. 연예인이 되어 손에 넣는 인기와 부(富)도 행복의 한 방편이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평범한 삶을 누리는 일도 그에 못지않은 행복이 존재 한다. 돌이켜 보노라니 나 같은 경우 그동안 피땀 흘리며 걸었던 삶의 여정도 순간순간이 행복이었다.
/김혜식 하정문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