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신문 등 대부분 언론매체의 사회면 톱뉴스 제목은 "대한민국은 커피공화국"이었다. 우리나라 올해 커피수입액이 5억 달러를 넘어 작년보다 1.7배 늘었다는 무역협회의 발표 때문이다. 올 들어 10월까지 커피 수입액이 5억892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해 3억7,161만 달러를 훌쩍 뛰어넘었다고 한다. 특히 세계에서 인스턴트커피를 가장 많이 마시던 우리나라 사람들의 커피 소비경향이 원두커피 소비로 빠르게 전환하는 것으로 나타나, 인스턴트커피의 원료로 사용되는 베트남산 로부스타 수입은 급감하고, 고급커피 원료인 아라비카 종을 재배하는 콜롬비아, 브라질, 온두라스 등으로부터의 수입이 크게 늘어났다고 한다. 또한 커피전문점 시장은 끝없이 영토를 확장해 지난해 말 커피전문 프랜차이즈 매장은 모두 5,782곳이고, 이 가운데 주요 커피전문점 5개사 매장이 2,000여개에 달한다고 한다.

7세기경 에티오피아의 양치기 소년 칼디가 처음 발견했다고 전해지는 커피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구한말, 고종황제가 아관파천 당시 마신 것이 효시라고 한다. 해방 후 미군이 진주하면서 인스턴트커피가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대중화되기 시작해, 100여년이 지난 지금 커피공화국이라는 말이 돌 정도가 되었다. 농촌에서도 새참 시 배달커피를 마시는 것이 다반사, 도시에서는 점심식사 뒤 커피 한 잔이 젊은이들 사이의 유행이 된 지 오래다. 한 끼 점심값과 맞먹는 원두커피 값, 그것이 드립커피 쪽으로 가면 밥값보다 더한 곳도 많다. 이런 커피열풍은 드라마나 영화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멋진 남녀가 인테리어가 잘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사랑의 대화를 나누고 인생을 논하며 공부하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도 그 비슷한 곳에서 커피 한 잔 마심으로써 드라마나 영화의 주인공이 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소위 '파노플리 효과(effet de panoplie)'을 가져오기 때문이란다.

커피에는 카페인이 포함되어 있어 졸음을 쫓으며 피로를 완화시키고 집중력을 향상시키기 때문에 장시간 노동하거나 공부하는 이들이 많이 섭취한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커피에 들어 있는 카페인은 신체의 에너지 소비량을 올려 다이어트 효과가 있고, 피하지방을 에너지로 변환하여 지구력을 높인다. 또 간 기능을 활성시켜 음주후 숙취의 원인인 아세트알데히드를 빠르게 분해하고 신장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하여 배설을 촉진시킨다. 항암작용, 동맥경화 억제, 파킨슨병 및 유방암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물론 부정적인 면도 있다. 지나친 커피는 카페인으로 말미암아 중추신경 자극으로 숙면을 방해하고, 위벽을 자극하여 위산 분비를 촉진해서 속쓰림 증상이 가중시키기도 한다고 한다.

나는 커피 매니아다. 새벽교회를 다녀와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탄 아메리카노로 하루를 시작해서 퇴근 무렵까지 서너 잔을 마신다. 주로 위의 아메리카노지만, 때로는 에스프레소에 따뜻한 우유를 부어 만든 카페라떼나, 바리스타가 정성껏 저어 내린 드립커피를 즐긴다. 서른 살 무렵 펜실베이니아 로스쿨에 유학당시, 정문 앞에 세계각국의 커피를 파는 커피숍이 있어서 친해졌다. 1991년경 이태리 출장에서 에스프레소를 만났고, 이를 바탕으로 한 갖가지 커피에 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월요일 점심 때 소속변호사들의 함께 으레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1층의 커피전문점에 들러 드립커피를 마심으로 한 주를 시작한다. 가끔 손님들과 저녁식사를 하는 경우에도 후식을 위해 커피전문점으로 안내한다. 술을 못하는 대신 커피 한 잔을 놓고 유쾌하고 진지한 대화를 이어갈 수 있어 좋다. 술 좋아하는 이들도 맛있는 커피로 후식하는 것을 대부분 싫어하지 않는다. 술은 많이 마시면 취해 여러 실수를 저지르지만, 커피 때문에 사고를 저지르는 것을 본 적은 없다.

눈 내리는 겨울밤 커피숍에 모여 앉아, 아니면 집에서 친한 이들과 대화하며 맛보는 쓴맛과 신맛의 조화가 만들어내는 커피의 묘한 감칠맛.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않은가. 나는 커피공화국에 사는 것이 참 행복하다.



/유재풍 법무법인 청주로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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