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못한 게 사람이다. 그런 연유로 누구든 장, 단점은 있기 마련이다.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제대로 응시하여 장점은 더욱 부각 시키고 단점은 보완, 교정한다면 그것이 절차탁마의 첫걸음이리라.

나또한 마음의 거울에 자신을 비춰보니 장점과 단점이 반반인 듯하다. 어느 땐 자존심이 유독 강하여 무익한 일에 아까운 시간과 힘을 낭비할 때가 있다. 어디 이뿐이랴. 급할 것도 없는데 서두르는 조급증도 이즈막엔 종종 내비치곤 한다. 또한 옳은 일이 아니다 싶으면 어떤 경우라도 행하지 않는 옹고집도 있으니 이것이 도가 지나치면 아집이 될 것이다.

하지만 장점도 단점에 버금가는 듯하다. 그 한 가지가 매사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면도 있으니 어찌 보면 양면성의 간극이 심한 듯하다. 긍정적이라는 것은 좀처럼 매사 의심이 없다는 점이다. 설령 상대방은 내게 악의를 갖고 어떤 일을 꾀하여도 나는 그것을 경계나 탓하기보다는 '오죽하면 그러할까' 라고 이해를 한다. 낙천적이라 함은 당장 무슨 일로 고통과 어려움에 직면해 있어도 '다 잘 될 거야.' 라고 하며 내 자신에게 희망의 최면을 거는 일이다.

그런 성격 때문인지 지난날 남편이 수차례 사업 실패를 거듭했어도 강인한 정신력과 낙천적인 성격으로 모든 어려움을 딛고 일어설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나의 이런 성격은 천성은 아니었다. 학창시절 우연히 읽은 유대인에 대한 어느 책 내용에 깊게 감명 받은 이후부터 길러진 마음이다.

유대인들은 세상을 매우 낙관적인 관점으로 바라본다고 한다. 유대인들이 유월절에 모두 모여서 '아니 마민'이라는 노래를 합창하곤 하는데 이 노래는 아우슈비츠 감옥의 죄수들이 작사 · 작곡한 것이라고 한다. 그들은 나락으로 내 몰릴 상황에서도 죽음이 코앞에 닥쳐왔어도 "우리들은 구세주가 오실 것을 믿고 있다. 다만 구세주가 늦게 나타날 뿐이다." 라고노래 하며 극한 처지에 놓인 자신들을 스스로 위로 하였다고 한다.

용기와 희망은 자신이 버리기 전엔 그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다고 그 책은 쓰여 있었다. 절망의 수렁에 갇혔어도 희망과 자신감만 있다면 얼마든지 그 늪을 헤어날 것이다.

이제 2011년도 저물고 있다. 되돌아보니 아쉬운 점도 많고 왠지 나이를 또 한 살 먹는다는 두려움도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흐르는 세월을 무엇으로 막을 수 있으랴. 아무리 힘센 자도 흐르는 세월을 막지 못하고 제아무리 날쌘 사람도 화살처럼 지나가는 시간을 잡지 못한다고 하였잖은가. 올해 비록 우리가 미처 이루지 못한 일들이 남아있다면 2012년도엔 기필코 소원 성취해야 하리라. 하늘을 나는 것처럼 환희를 맛보지 못했어도 절망은 아직 이르다.

뉴스에선 연일 내년 내수 경기가 더 악화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그것에 의기소침 해져선 안 되리라. '사람의 노력으로 안 될 일이 없다,' 아버지의 가정 외면으로 홀로 평생을 가난과 맞서며 우리들을 손색없이 키우신 어머니의 삶의 철학을 한 번도 잊은 적 없다. 어머니 말씀처럼 노력은 무쇠도 녹이는 힘이 있다. 어렵고 힘들어도 '잘 살아야겠다.'라는 의지만 있다면 어려운 경제쯤이야 얼마든지 되살릴 저력이 우리 민족에겐 내재돼 있기에 새해에도 벅찬 희망은 있다.



/김혜식 하정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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