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사에 가장 큰 농사는 '자식 농사'라는 어르신들의 말씀을 다시금 실감하는 순간이었다.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눈물의 하소연을 그치지 않았다. 하나 뿐인 아들이 정신 병원에 입원한지 벌써 여러해이지만 날이갈수록 그 증세가 호전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친구의 아들은 초· 중· 고를 다닐 때 반에서 1등을 놓치지 않는 우등생이었다. 공부 뿐만 아니라 인성이 반듯하여 주위에서 모범생으로 칭찬 받던 아이였다. 하지만 오히려 그게 아이의 장래를 망치는 걸림돌이 될 줄이야. 1등을 놓치지 않는 우수한 성적이 아이들의 시샘을 유발시켰었나보다. 이로인해 학교에서 왕따는 물론 몇몇 아이들에 의해 괴롭힘을 당하였다. 고등학교 2학년부터 그것은 극에 달했다고 한다. 아이들이 돈을 갈취하기도 하고 급기야는 주먹과 발길질로 아이를 폭행하여 장 파열로 병원신세까지 졌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것을 까맣게 모르고 지내던 친구였다. 아이가 그일로 병원에 입원할 때

비로소 학교 폭력 사태를 파악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몇 년간을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폭력을 당했으나 보복이 두려워 부모나 선생님께 말하지 못했다고 한다. 친구의 아들은 그 충격으로 실어증을 앓더니 정신 이상 증세까지 보여 정신병원에 입원한지가 꽤 여러해라고 했다. 그 일로 가해자 학생을 만난 자리서 친구는 어처구니 없는 말을 들었다고한다. 그들은 친구 아들이 너무 공부를 잘하는게 얄미웠단다.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패거리에 합류하지 않아 장난감처럼 갖고 놀았을 뿐이라며 조금치도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더라는 것이었다.

친구의 눈물어린 하소연을 듣고보니 새삼 가슴에 손을 얹었다. 남의 고통을 전혀 헤아릴 줄 모르는 그들의 냉혈인 같은 태도엔 어쩜 기성세대인 우리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고 본다. 인성교육 보다 영어 한 단어 수학 한 문제 더 잘푸는 일에 칭찬을 아끼지 않던 우리 아닌가. 남을 배려하고 고통을 함께 나누는 진정한 리더쉽을 알려주었던가.그러기보다는 남을 누르고 올라서야만 출세가도를 달리는 일이라고 은연중 가르쳤잖은가. 호연지기를 기르게 하기보다는 성적 순으로 아이의 능력을 평가했잖은가. 그러고보니 어른들이 청소년들에게 본보기를 보인게 별로 없다. 유난히 교육열은 높지만아이들 참교육에 대해 제대로 고뇌한 바도 별반 없는듯 하다. 솔직히 성적지향적인 교육에만 전념한게 사실이었다.

이젠 대학 특별 전형을 통해서라도 사람됨됨이를 우선시 하는 사회상을 보여줄 때가 아닌가 싶다. 선생님이 아이들 학교 생활 태도를 면밀히 관찰하여 다소 공부는 뒤떨어져도 친우들과 잘 어울리고 학교 생활에 모범을 보이는 학생에 한해선 우선적으로 대학 공부의 혜택을 누리게 한다면 학교 폭력도 점차 줄어들지 않을까? 엉뚱한 생각마저 해보는 요즘이다.




/김혜식 하정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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