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여자는 맨 먼저 눈을 통해 들어온다'라는 미국 속담이 있다. 이는 눈을 통해 욕망이나 사랑 같은 감정이 즉시 불러 일으켜진다는 의미이리라. 그래서일까? '여자가 말할 때 그녀의 눈이 무얼 말하는지 경청하라'는 속담도 사랑하는 사람이 지닌 감정의 진실 여부를 탐지하는데 눈만큼 좋은 기제를 갖춘 게 없다는 뜻일 것이다.

이렇듯 우리 인체 중 유독 눈만큼 마음의 거울로 비유되는 신체 부위는 없는 듯하다. 하지만 때론 눈이란 거울도 기만적으로 작용하곤 한다. '눈으론 울지만 가슴으론 웃는다'라는 러시아 속담이 그것이다. 이렇듯 세계적으로 '눈'에 관련된 속담을 살펴보다가 세 딸을 둔 어미로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내용이 한눈에 들어와 자세히 읽어봤다. '유혹에 맞선 가장 효과적인 방어는 그대 눈을 감는 것이다'라는 이스라엘 속담이 그것이다.

20대 초반, 중반, 후반의 미혼의 세 딸을 둔 나로선 아직 결혼 적령기는 아닌 딸들이지만 벌써부터 딸아이들의 결혼에 대해 괜스레 걱정이 앞선다. 이런 기우를 줄이기 위해 딸들이 훗날 좋은 배우자를 만나 행복한 결혼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어미로서 평소에 결혼 생활에 대한 덕목을 이야기 해줘야 할까보다. 이는 요즘 젊은이들의 결혼 생활이 조기에 이혼에 이르는 일들이 성행하고 있는 세태여서 더욱 그렇다. 이혼 사유를 살펴보면 상대방의 외도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대는 여성도 사회적 지위가 향상돼 사회생활이 보편화 됐다. 자연 그러다보니 이성과 접촉할 기회가 잦고 이로 인해 유혹을 받는 경우도 비일비재 할 것이다. 결혼한 남녀가 외도를 하는 심리 저변엔 자신의 현재 배우자보다 외도 상대가 더 멋져 보이는 '핑크렌즈 효과' 때문이라고 한다. 자세히 말하자면 그야말로 '눈에 콩깍지가 씌였다.'라는 말이 맞는 성 싶다. 렌즈는 안경 역할을 대신하지만 인간 본연의 신체 부위로서 시신경이 살아있는 눈은 아니지 않는가. 이와 같이 육욕의 쾌미(快味)추구랄 수 있는 외도를 사랑으로 착각하나 외도는 결코 사랑이 아니다. 쾌락일 뿐이다.

이제 혹독한 추위가 물러가고 희망찬 새봄이 오면 이 땅의 선남선녀들이 앞다퉈 결혼식을 올릴 것이다. 능력, 멋진 외모, 비싼 혼수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결혼의 참의미를 두 사람이 진정으로 깨닫는 일이 아닐까 싶다. 결혼생활은 단기간이 아닌 기나긴 세월이다. 결혼생활은 이미 채워진 행복을 만끽하는 게 아니라 미처 그동안 구하지 못한 행복을 둘이서 하나하나 갈구하며 삶의 탑으로 쌓는데 그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긴 결혼 생활 속에서 기혼자들의 결혼 생활이 평탄 만 했으랴. 나 같은 경우도 오늘날 예까지 이를 수 있었던 것은 인내와 배우자에 대한 애착이 가장 크게 작용했음을 숨길 수 없다. 애착은 남편에 대한 연민일 수도 있고 아내로서 사명감일 수도 있고 어머니로서의 모성일 수도 있다. 가장 강하게 내 발목을 붙잡은 것은 남의 집 귀신이 되면 적어도 그 가문에 먹칠은 하지 말고 시댁의 가문을 빛내는 현모양처가 되라는 친정어머니의 간곡한 말씀 때문이었다. 유교적 사상이 짙게 배인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아직도 난 여자가 정숙하고 부덕을 갖춰야 남의 집 가문도 빛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의 훌륭함은 현대의 요구 조건으론 사회적 능력이 최고일지 모르지만 그보다 한발 앞선 게 또 있다. 높은 지성과 지혜로 가정을 이끌고 남편을 뒷바라지 하고 자녀 교육에 솔선수범하는 일이 그것이다. 이런 정숙한 여성에겐 결코 '핑크렌즈 효과' 따윈 저속한 속물들의 눈먼 짓거리쯤으로 비칠 것이다.



/김혜식 하정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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