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불참속 '친박계' 의원은 다수 참석

한나라당 '이명박호(號)'가 제17대 대통령 선거일까지 70일간의 항해를 앞두고 공식 출항식을 가졌다.

10일 오후 경기도 안산 문화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이명박(李明博) 대선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은 지난 경선 합동유세 때와 같은 뜨거운 열기는 느껴지지 않았으나 예상 참석인원의 2배 수준인 2천여명이 운집, 올 연말 대선에 대한 한나라당원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12월 19일 대한민국이 웃는 날" "펄펄 솟구쳐라 정권교체 염원" 등의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가 내걸린 가운데 진행된 출범식은 이 후보의 홍보영상물 상영으로 시작됐다.

중학생 시절 교복을 입은 채 뻥튀기 노점상을 하던 모습을 그린 삽화와 현대그룹 회장, 서울시장의 성공신화를 담은 영상물이 차례로 상영된 후 이 후보는 자신의이름을 연호하는 당원들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이 후보가 외부영입 공동 선대위원장 등을 한명씩 무대로 불러내 소개한 것.

넥타이를 매지 않은 채 직접 마이크를 든 이 후보는 유종하 전 외무부 장관, 박찬모 전 포항공대 총장, 배은희 리젠 대표이사, 김성이 이화여대 교수 등 공동 선대위원장과 문화예술정책위원장에 선임된 박범훈 중앙대 총장, 이윤구 국민통합특위 위원장, 황영기 경제살리기특위 부위원장 등을 호명하며 이력을 일일이 설명했다.

공동 선대위원장 등의 인사말도 통상의 선대위 출범식에서는 볼 수 없는 '파격'이었다. 역시 '노타이' 차림의 선대위원장들은 한결같이 "(위원장 임명을) 예상치 못했다"면서 한목소리로 이 후보를 치켜세웠다.

이윤구 위원장은 "이 후보가 징집하듯 일해보자고 해서 조금 외도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으며, 배은희 위원장은 "제가 선대위원장 맡았다는 뉴스를 보고 주위분들이 모두 동명이인으로 생각했다고 한다"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박범훈 위원장은 "청계천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 명품이고 예술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이 후보를 예술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 후보도 "유종하 위원장은 최고의 외교전문가로 해외출장 횟수가 나와 견줄만하다" "배은희 위원장은 데려오는 데 고생 많이 했다"며 추임새를 넣는 등 '토크쇼'에 가까운 진행으로 눈길을 끌었다.

강재섭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도 대통합민주신당을 비롯한 범여권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강 대표는 "범여권은 국정 파탄세력, 지리멸렬, 오합지졸이다. 그러나 그들이 잘하는 게 하나 있는데 그것은 공작정치"라고 지적한 뒤 "모두 힘을 합쳐 공작정치를 분쇄하자"고 말했다.

안 원내대표도 "자랑스러운 129명 한나라당 의원들이 모두 국회에서 이 후보에 대한 부당한 흑색선전과 인신공격을 차단하겠다"고 가세했다.

이날 행사에는 상임고문단에 포함된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가 다른 일정관계로불참했으나 이규택, 엄호성, 유기준, 최경환, 김재원, 심재엽 의원 등 경선기간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를 지지했던 의원들이 다수 참석, '정권교체를 위한 화합의 장'이라는 의미를 과시했다.

특히 박 전 대표의 경선캠프에서 대변인과 수행실장을 맡았던 한선교 의원은 행사 사회를 맡기도 했다.

또 이 후보의 마무리 발언에 앞서 상영된 집권비전 영상물에는 "세금을 줄이고 규제를 풀고 법질서를 세워 대한민국 7.4.7을 이뤄내겠다"는 공약이 소개돼 박 전 대표 공약이었던 '줄.푸.세'와 이 후보 공약인 '대한민국 7.4.7'이 이번 대선에서 대표공약이 될 것임을 짐작케 했다.

행사장 밖에서는 당원들이 이 후보에게 바라는 소망을 적은 리본을 나뭇가지에 묶는 '꿈나무 행사'가 벌어졌다. 당원들 중 일부는 "결혼하기 쉽게 해주세요" "아들취직시켜 주세요"라는 소망을 적기도 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탈여의도 정치에 대한 이 후보의 의지를 확인하는 신선한 발대식이었다"면서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낮은 목소리로 차분하게 국민에게 다가가겠다는 이 후보의 메시지를 담았다"고 평가했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