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인단 신청 '폭주'..20만명 돌파

대통합민주신당 주자 3인 사이에사활을 건 '모바일(휴대전화) 대전'이 불붙고 있다.

9일 처음으로 치러진 휴대전화 투표가 오프라인상의 순회경선을 압도하는 흥행성과 역동성을 과시하면서 유권자들의 '엄지'를 바라보는 각 선거캠프의 태도와 전략이 확연히 달라졌다.

20만명을 넘어서는 매머드급 선거인단 규모에다 70%를 웃도는 투표율 속에서 휴대전화 투표의 파괴력이 종반전으로 치닫는 경선의 풍향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도 있다는 상황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것.

휴대전화 선거인단 규모는 마감일인 10일 오전만해도 18만1천명 수준이었으나 일반 유권자들의 관심 고조로 반나절 만에 2만명의 신청이 폭주하면서 오후 4시 현재 20만6천명을 기록 중이다. 이 과정에서 선거인단 신청을 받고 있던 홈페이지 서버가 다운되는 상황까지 발생해 당 지도부는 당초 오후 6시로 잡혔던 접수시한을 밤10시로 연장했다.

이런 가운데 신당은 11일 중 6만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2차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어서 전체 판세의 흐름에 중요한 변곡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孫 "반전 계기 잡아..대역전 이룰 것"= 손 후보측은 휴대전화 1차 투표에서 수위를 차지한 것은 정동영 후보의 대세론 기세를 꺾은 결과일 뿐만 아니라 향후 대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계기라고 평가하면서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다.

손 후보측은 특히 휴대전화 투표에서 확실한 강점을 확인한 만큼 선거인단 규모를 최대한 늘리고 투표율을 높이는 쪽으로 적극적 캠페인에 나서고 있다. 손후보측 우상호 대변인은 오후 브리핑에서 "2002년에는 인터넷 혁명이었다면 2007년에는 모바일혁명이 시작되고 있다"며 "특히 모바일 1차투표에서 드러난 것처럼 수도권 30, 40대가 손 후보를 선택하는 것을 주목한다"고 밝히고 "역대로 대선은 수도권 30, 40대 마음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판가름났다"고 강조했다.

우 대변인은 또 당 지도부를 향해 "서버가 다운돼 참여자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면 과연 정치참여를 보장하는 정당이라고 할 수 없다"며 "모바일투표의 참여접수를 이틀간 더 연기해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흥행이 일어나도록 제도적 장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 대변인은 그러면서 정 후보가 전날 kbs 라디오 토론회에서 '선거는 조직과 동원이 기본'이라고 발언한 것을 거론하며 "참으로 실망스럽다. 정치개혁의 기수였던 분이 조직동원 선거가 기본이라는 구태의연한 태도로 돌아선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모바일 혁명으로 정치 구태를 심판해달라"고 비판했다.

손 후보측은 휴대전화투표에서 정 후보와 격차가 3% 포인트에 불과했지만 여론의 반전을 일으킬 중요한 계기를 마련한 것인 만큼 수도권에 '올인'하다시피 하며 오프라인 득표율 제고에 총력전을 전개한다는 전략이다. 손 후보는 서울.경기 합동연설회 직후 경기 용인에서 지지자 모임을 갖는데 이어 대구.경북으로 내려가 모바일투표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鄭 "대세에 지장없어..지지층 재결속" = 예상외의 '일격'을 당한 정 후보측은"대세에는 지장 없다"고 평가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전열을 다시 추스르며 판세의 흐름을 조기에 '원상복구'시키는데 전력투구하고 있다.

초반 8연전의 승리 이후 흐트러진 지지층의 결속을 유도해 휴대전화 2차 투표에서 판세를 복원시킴으로써 오프라인과 온라인(휴대전화) 양쪽에서 명실상부한 1위 주자로서의 위상을 굳힌다는 전략이다.

캠프 내에서 휴대전화 투표 전략을 진두지휘 중인 정청래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 나와 "저희가 출발이 많이 늦었다"며 "그러나 정신 차리고 모바일에 집중한다면 2차 모바일에서는 1등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 후보측은 특히 전날 휴대전화 1차 투표결과 수도권과 젊은 유권자층에 대한 공략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고 평가하면서 이를 보완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정 후보측은 그러나 휴대전화 1차투표 결과에도 불구하고 '정동영 대세론'을 유지하는데 지장이 없을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다.

전략통인 민병두 의원은 이날 kbs 제1라디오에 출연, "첫 투표에서는 손 후보와의 격차가 3%포인트 정도이지만 후반부에는 우리가 역전할 것"이라며 "설령 양보해 이 지지율 격차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해도 4천200표 뒤지는 결과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현장 투표에서 2만6천표 정도 앞서고 모바일 투표에서 4천200표 정도 뒤진다면 결국 2만표 이상으로 이긴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캠프 내에서는 오히려 이번 휴대전화 투표결과가 약(藥)이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李 "세결집 총력..판세 반전시킬 것" = 지역경선 8연전에서 3위에 머물며 고전을 면치 못했던 이 후보 진영은 근소한 차의 접전을 벌인 휴대전화 투표 결과가 정확한 민심을 반영했다며 그간 다소 실망했던 지지층을 추스르고 휴대전화 투표 참여를 적극 독려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정 후보를 향해선 '반칙 후보'라는 공세를 강화하고 손 후보를 향해선 정통성을문제삼는다는 기본 전략을 갖고 참여정부를 지지하는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14일 원샷 경선 당일까지 세결집에 사력을 다하겠다는 것.

윤호중 전략기획본부장은 "휴대전화 투표에서 '반칙 후보'인 정 후보에 대한 국민의 책임추궁이 시작됐다"며 "손 후보는 휴대전화 투표 홍보를 열심히 하지만 온라인 선거를 오프라인 방식으로 홍보하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측은 인터넷 활용 능력이 뛰어난 '유티즌'(유시민 지지 네티즌) 등이 캠프 홍보영상 ucc를 적극 퍼나르면서 휴대전화 선거인단을 모을 경우 과거 노사모가 보여줬던 '선거의 역동성'을 재현할 수 있다는 기대도 갖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어제부터 참여정부 성향의 네티즌들이 휴대전화 투표 독려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며 "이해찬 후보가 진보개혁세력을 위기에서 구할 '노아의 방주'임을 강조하고 현 상황에 대한 네티즌의 사회적 공분에 호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수도권 표심이 적극 반영된 이번 휴대전화 투표 결과를 근거로 "정동영 대세론은 영.호남 등 남부권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규정하면서 판세 반전의 심리적 발판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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