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이 눈앞에 있다. 정월 초하루 설을 지나고 나면 맹위를 부리던 추위도 한풀 기세가 꺾이고 햇빛도 하나씩 무거운 외투를 벗는다.

커다란 창으로 풍경처럼 들어오는 무심천도 큰소리로 흐르는 물소리에 깨어나서 늘어지게 기지개를 켠다. 봄이 오고 있다. 겨우내 꽁꽁 언 땅들도 세상으로 나가고 싶어 하는 생명체들로 꿈틀 꿈틀 태동을 하며 몸살을 앓는다.

땅속에 깊이 굴을 파서 최소한의 먹이만 비축하고 웅크린 채 긴 시간 겨울잠에 빠지는 동물들의 그림을 보면서 한때는 나도 그들처럼 동면에 들어가고 싶은 적이 있었다. 기초대사 량을 줄이기 위해서 최대한 체온을 낮추고 가장 낮은 자세로 활동할 시기를 꿈꾸는 동물들은 용케도 자기가 밖으로 나와서 활동해야할 시기를 잘도 알아서 살았다.

자기의 역량을 스스로 잘 알아서 앉을 자리 설 자리를 알고 때를 기다리면서 몸을 낮출 줄도 아는 동물들의 내밀한 꿈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흉내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선잠을 깬 아이들처럼 막무가내로 자기만 잘났다고 외쳐대는 소리로 시끄러워진 봄이다.

여기저기 현수막에 얼굴을 드러내고 관심을 가져달라고 난리다.언제 봤다고 친한 척을 하며 바쁜 출근길에 불쑥 불쑥 악수를 하자고 손을 내민다. 총선과 대선을 치러야하는 올해는 유난히 시끄럽겠다. 안 그래도 흉흉한 민심에 고래 싸움으로 새우등 터지는 일은 없으면 싶다. 목청을 한껏 높이는 그분들은 동물들의 겨울잠만한 내공이라도 갖추기는 한건지...



/김영애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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