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큰 시련에 봉착했었다. 국정감사 결과 일부 직원들이 국민이 낸 성금을 유흥업소 등에서 사용한 것 이 적발 돼 신뢰와 도덕성에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환골탈태에 나서 조직 개편과 대규모 인사이동, 자정기능 강화 등 강도 높은 쇄신책을 발표했지만 매년 연말 벌이는 성금 모금액은 쪼그라 들었다.한푼 두푼 내는 일반 민초들의 배신감이 도둑에게 생선가게 맡기는 것 아니냐는 불신이 극에 달한 결과였다.

충북만 해도 한해 농사의 결정판인 연말 모금액이 전년도의 80% 수준에 머물러 여러 어려운 이웃을 챙기는 데 애로가 많았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엊그제 두달간의 사랑나눔 결과는 예상을 깨고 십시일반의 정성이 모아졌다.뼈를 깍는 자성의 노력이 민심에 전달된 것일까.아니면 어려울수록 나누려는 속깊고 따뜻한 성정을 지닌 우리들의 바탕심이 작용했을까.


-모금회 성금 사상 최고 기록


어쨌든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해 1월 31일까지 진행한 '희망2012나눔 캠페인' 모금액이 올 목표인 2180억원을 훌쩍 넘는2541억원으로 집계돼 모금 캠페인을 시작한 1999년 이후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모금의 상징인 '사랑의 온도탑 역시 최고 온도인 116.6도를 기록했다.

그야말로 사랑의 온도가 펄펄 끓은 셈이다.덩달아 엄동의 우리 사회도 훈기가 돌고있다. 모금회 회장과 임직원들은 이날 광화문 온도탑에서 시민들에게 큰절을 하며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충북 역시 목표 42억원 보다 1억3200만원이 더 답지해 사랑의 온도가 103도를 보였다.1년전 모금액이 35억원에 그쳤던 점을 비교할 때 대단한 호응이라 할 수 있다. 어려운 시기에 모금회장을 맡은 송옥순회장의 얼굴에 웃음이 스쳐간 것은 당연한 일.

사실 충북 모금회는 이번 나눔 캠페인을 시작하며 내심 걱정과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2년전의 여파가 완전히 가셨을 것이라고 판단하는데다 경제상황 마저 주머니를 열기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름대로각 시군 지역별로 맞춤형 홍보와 공직자들의 월급일정액 기부라는 새로운 시도를 했는데 이것이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는 분석이다. 주목할 것이 또 하나 있다. 전국적으로 보면 대기업의 기부가 사랑의 온도를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한 것은 맞지만 충북의 경우는 소시민들의 동참이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일등공신이라는 점이다.도민 1인당 기부액이 지난 해 2308원에서 올해는 2771원으로 20%나 늘어난 게 그 증거이다. 칼국수 한그릇 값도 안되는 액수지만 티끌이 모여 태산을 만들은 셈이다.그리고 20%라는 신장율은 개인 기부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차원에서 볼 때 매우 고무적이다. 이른 바 선진국형 기부로 이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함을 이웃들이 공감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흐뭇함을 감출 수 없다.


-개인기부 문화 확산 계기로


그러면서도 아쉬운 점은 남는다. 기간을 특정하는 모금에서 상시모금으로의 전환이 그것이다. 모금회 창구는 1년내내 열려있지만 우리의 글로벌 위치나 교육수준 등을 감안 할 때 전체의 절반 정도가 연말에 집중되는 패턴의 변화 속도가 매우 느리다. 이렇다 보니 돌발적인 긴급구호 등의 상황에서 집행해야 할 돈이 없어 낭패를 겪는 일도 생긴다.

모금에서 성공을 거뒀다면 이를 효과적이며 생산적으로 배분하고 집행 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한번 ‘경’을 친 모금회가 더 이상 엉뚱한 짓이야 안하겠지만 성금의 의미를 잘 살려 운영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클라이언트들 역시 공짜돈이라는 무개념에 빠져서도 안된다.요즘 정치권이 여야 할 것없이 퍼주기 복지쪽으로의 쏠리고 있음은 극히 우려되는 상황인데 이에 편승한 사회복지 현장이나 대상자들의 기대감이 더 커질 수 있는 바 이 역시 경계의 대상이다.

하나 더, 유일한 민간모금기관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존재 이유와 순기능은 이번 캠페인 성과를 통해서 재차 검증을 받은 셈으로 일부 정치적인 이유로 준 공공기관이니 하는 흔들기를 하지 말아야 한다.다른 것은 민영화를 추종하며 왜 모금회는 거꾸로 돌리려는지 모를 일이다.


/이정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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