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뛰어났던 과학자 중 한 사람인 아인슈타인이 인생에서 저지른 가장 큰 실수를 무엇이라고 생각했을까? 그것은 그가 "우주 상수"라는 개념을 만든 것이었다. 우주가 어떠한 형태인지 연구하던 그는 중력 때문에 우주의 별과 행성들은 한 덩어리로 모이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 그는 하는 수 없이 자신의 우주 모형에 "우주 상수"라는 개념을 만들어 넣었다. 우주 상수는 중력의 반대되는 힘으로, 물질들이 중력 때문에 모이는 것을 막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주 상수라는 개념은 현재의 우주를 표현하기 위해 억지로 만든 개념이기 때문에 존재하는 지도 알 수가 없었고, 또 너무나 억지스러운 면이 있었기 때문에 아인슈타인은 항상 맘이 편치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12년이 지난 1929년에 허블 망원경으로 유명한 과학자 허블이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이 소식을 듣고 자신의 우주 모형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아인슈타인은 또 한 번 자신이 만든 "우주 상수" 때문에 우주 모형을 잘못 파악한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였다. 자신의 고정 관념인 "정지된 우주"를 위해, 존재하지도 않는 "우주 상수"개념을 만들어 우주에 대한 이해를 왜곡하게 되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아인슈타인도 그랬다. 2011년 노벨 물리학상은 중력에 반대되는 힘의 존재를 밝힌 세 명의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이 과학자들의 연구에 실마리를 제공한 사람이 바로 아인슈타인이었던 것이다. 인생 최대의 실수라고 생각한 개념이 과학의 새로운 장을 여는 매우 중요한 시도였던 것이다. 아마도 아인슈타인이 2011년까지 살아있었다면, 살아있는 과학자에게만 수상하는 노벨상을 또 한 번 수상했을 지도 모른다. 그 때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만든 "우주 상수"를 부끄러워했었다는 것을 다시 부끄러워해야 할지도 모른다.

아인슈타인을 부끄럽게 만들었던 허블 역시 자신의 실수 때문에 부끄러운 일을 당했다. 허블은 현재 우주가 팽창하는 속도를 계산하고 이를 역으로 돌리면 최초로 우주가 탄생한 시각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계산해 보니, 우주의 나이는 겨우 2억년 밖에 되지 않았다. 지구의 나이보다도 적은 것이다! 왜 이런 문제가 생겼는지 고민하던 허블은 우주가 팽창하면서 팽창 속도가 점차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감속 변수"라고 불렀다. 그리고 이 "감속 변수"를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실패하였다. 그리고 이번에 노벨상을 수상한 세 명의 과학자들은 우주의 팽창이 점차 감속하는 것이 아니라, 가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우주는 끊임없이 더욱 빠르게 팽창하며, 어느 순간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현재의 우리 인류가 걱정할 문제는 아닐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의 빛을 내는 물질들은 겨우 1%에 불과하고, 우리가 아직 모르는 "우주 상수"에 관련된 암흑 물질들이 우주의 99%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주의 한 부분인 지구에 살면서도 우리는 아직도 우주에 대해 거의 모르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사는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인생을 살면서도 사실 우리는 인생의 겨우 1%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살고 있는 지도 모른다. 죽을 때 인생의 참 의미를 깨닫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을 수 있다. 죽음 앞에서도 우리는 인생을 깨닫기에는 아는 것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리석은 소견으로 인생을 탓하며 산다면, 그만큼 허무한 일도 없지 않을까?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