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골찬 경영으로 '신용·경제' 성과 창출"

FTA 파고와 신·경 분리를 눈 앞에 둔 지역농협의 불투명한 미래 속에 충주의 자그마한 지역농협이 옹골찬 경영으로 농민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각 사업부문에서 내실있는 성과를 인정받으며 잇딴 수상소식을 전한 수안보농협이 지역에 디딘 뿌리가 단단하다. 4선 조합장으로 수안보농협의 오늘을 이끈 최창규 조합장(63·사진)을 만나 지역농협의 미래를 들어봤다./편집자주

△최근 겹경사를 맞았다고 들었는데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올 초 내려진 평가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종합적인 지점 운영실적을 인정받아 충북지역농협 종합업적 우수사무소에 선정됐다. 또 신용사업부문에서는 농협중앙회로부터 클린뱅크 실버 등급 인증을 받는 데 성공했다. 연체비율 등 매우 까다로운 평가기준을 통과해야 하는데 우리 지점의 자산건전성을 공인받은 셈이다. 경제사업부문에서도 가공사업 실적이 우수한 평가를 받아 가공사업을 운영하는 수많은 지역농협 가운데 경영우수상을 수상했다.
특히 전국의 10여 개 김치공장 운영 농협 가운데 우리 조합 남한강김치공장이 실적 1위를 기록했다. 신용과 경제 양대 사업부문에서 고르게 우수한 평가를 받아 조합원들의 자부심이 남다르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조합원들의 실익을 높이는 계기로 삼고, 신용사업의 뒷받침 속에 경제사업을 지속 발전시켜 나가겠다.

△남한강김치의 약진이 주목받고 있는데
2007년 살미농협을 인수하면서 20년간 적자로 운영되던 남한강김치 공장이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자그마치 연매출 101억 원 실적을 거둬 지난해 5억 4000만 원 수익을 남겼다. 남한강김치는 국내 최고의 기업인 삼성에 식자재로 납품되고 있다. 삼성은 판로 뚫기가 어렵기로 정평이 나 있는 회사다. 우리는 삼성에버랜드에 '신용'으로 입성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2009년 배추 파동을 겪으며 당시 금치로 불리던 김치를 값을 올리지 않고 성실하게 납품했다. 당시 우리는 김치에 사용되는 재료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었고, 다른 업체들이 두 손 들고 납품을 포기하던 상황에서도 기존의 납품가로 제품을 대면서 삼성의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 삼성은 전속계약으로 화답했다. 우리는 신용을 확보한 것이다. 삼성이라는 거대 거래처를 확보한 것도 자랑이지만 그 과정이 순수하게 신용을 통해 획득한 것이라는 점은 무엇보다 값진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남한강김치 흑자전환 비결은
김치공장을 인수한 뒤 8억여 원을 들여 첨단 가공시설을 도입하고 해썹인증을 받는 등 명품 김치 생산에 힘썼다. 모든 부재료까지도 국산만을 사용하고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아 품질 차별화를 기하고 있다. 그동안 판로 다변화 등 다각적 노력을 기울였지만 남한강김치 사업이 흑자로 전환하게된 결정적 계기는 아무래도 삼성이라는 거대 거래처를 확보한 것이 큰 전환점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체에서 최고의 두뇌들이 우리 수안보가 만든 김치를 먹고 있다. 매일 15~16톤의 김치를 공급한다.

△김치공장 파격인사가 화제였는데
직원의 능력별 직무배치를 인사의 기본방침으로 삼고 있다. 정해진 전무가 인재를 적재적소에 중용해 인력배치효과가 극대화됐다. 당시 공장장이 4급 과장이었는데 진보적 생각을 가진 5급 대리를 배치하고, 판매 등 전권을 위임했다. 그랬더니 조합장이 관여할 때보다 오히려 더 큰 성과를 거뒀다. 문제 발생에 신속히 대처하고 시급한 사안에도 결재를 놓치는 일이 없어 획기적 성과가 가능했다. 이 직원은 지난 농협중앙회 창립 40주년 기념식에서 전국 우수직원 표창을 수상하면서 4급 과장 자격을 획득했다.

△수안보대학찰옥수수 인기비결은
수안보대학찰옥수수를 특화작목으로 선정한 지 10년이 된 지금은 조합이 직접 수매해 판매하고 있다. 수확기에 한시적으로 판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가공을 거쳐 급속냉동한 뒤 보관하다가 한겨울에도 진공포장된 상태로 판매하고 있다. 성수기때 홍수 출하를 예방하는 효과를 거두면서 연중 적정한 가격을 유지하면서 출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셈이다.
처음에는 공판장이나 택배로 판매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택배 판매을 하지 못하는 농가도 있어 다른 방식의 판로개척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때 새롭게 발견한 판매방식이 홈쇼핑과 냉동진공포장 판매였다. 조합원들에게 시중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수매해 옥수수를 찐 뒤 영하 40℃에서 급속냉동시켜 진공포장했다. 지금은 1년 365일 어느 때고 냉동진공포장된 수안보대학찰옥수수를 간편하게 데워 먹을 수 있어, 국내는 물론 미국과 인도 등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홈쇼핑을 통한 대량 거래도 획기적인 판로 개척사례로 꼽을 수 있다. 또 학교급식에도 토막낸 수안보대학찰옥수수가 공급된다. 축제도 한 몫했다. 온천관광지의 특성을 가진 수안보에서 8회째 대학찰옥수수축제를 열었고 여기에 참여한 많은 관광객들이 옥수수를 맛보고 구입하면서 입소문의 진원지가 됐다.

△잡곡 가공사업도 활발한데
수안보 지형의 특성을 살려 '하늘소잡곡' 브랜드를 육성하고 있다. 흑미와 백태·흑태·쥐눈이콩·서리태·녹두 등 콩류와 찰벼 등의 재배를 권장해 경작면적을 넓혔다. 2010년에는 청와대 추석 선물세트로 납품하기도 했다. 팔도특산물을 선물용품으로 선정하는데 참기름과 들기름, 볶은 참깨가 선정돼 전국에 청와대 선물로 지급되면서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잡곡은 전량을 수매해 수도권에 확보된 거래처를 통해 판매한다. 서울 지역농협 19곳에 공급하는데 한 개 농협마다 10~15개의 마트를 보유하고 있어 200여 개 매장에서 우리가 생산한 잡곡이 서울시민들의 식탁에 오른다. 수안보 관내에서 조달하는 잡곡으로 판매량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에는 인근 지역에서 부족분을 충당해야 할 정도로 인기몰이하는 실정이다.

△경제사업부문은 어떤가
지역 농협은 농산물을 상품으로서 부가가치를 높여 조합원들의 소득을 높이는 데 본래의 존재 목적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목적에 맞게 조합을 운영하려면 신용사업만으로는 어려운 것인 현실이다. 경제사업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데 경제사업은 갑작스런 시세폭락 등 손실을 야기하는 다양한 외부요인들 때문에 정말 어려운 사업임을 실감해왔다. 우리 수안보농협은 부가가치를 높이는 경제사업을 많이 하는 조합으로 손꼽힌다. 김치와 찹쌀·팥·콩·참깨 등 잡곡, 참기름과 들기름 등 상품화 된 농산물 가공품을 수도권 200여 군데 거래처에서 판매하고 있다. 매출액은 연 80억에 이른다. 대학찰옥수수 가공사업도 빼놓을 수 없다.

△농업 부문의 FTA 파고가 높은데
한·미FTA에 이어 한·중FTA, 한·터키FTA가 협상 개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글로벌 농산물 개방에 맞서 지역에 걸맞는 경작 품목을 고민해야 할 때다. 사과는 벌써 들어온다는 보도가 있더라. 개방된 품목을 가급적 피하는 방안도 염두해야 한다. 가령 복숭아 같은 경우는 포장이나 물류과정에서 상태 유지가 쉽지 않기 때문에 수입이 곤란하다. 앞으로는 복숭아 재배를 권장해 수입개방에 대처할 계획이다. 지난해 조합원 가운데 소득이 1억 원을 넘긴 분들이 꽤 여러분이었다. 또 기후 온난화에도 대비해야 한다. 지난해에는 봄에 피어야 할 사과 꽃이 가을에 피면서 대추만한 과실이 열린 나무가 여러번 목격됐다. 계절을 거스르는 지구 온난화에 대비할 수 있는 작목 개발도 고민 중이다.

△판로 확보에 탁월한 수완을 보이고 있는데
남한강김치는 서울 양재동·창동 하나로마트와 도내 각 유통업체, 충주고·충주여고·예성여고·대원고 등 각급 학교와 삼성 등 기업체 급식에 대량 납품되면서 폭넓은 거래처를 확보하고 있다. 수도권 거래처는 서울사무소에 직원이 상주하면서 각 지역에 직접 배송한다. 또 강동·강서·중앙·동서울·관악·인천·남인천·서인천 등 수도권 지역 농협과 자매결연을 맺어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신·경 분리가 미치는 영향은
지역 농협에는 신·경 분리에 따른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 구조조정도 지역 농협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올해 중점 추진사업은
잡곡공장이 수동으로 작업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속포장기 도입이 곧 완료된다. 1억 3000만 원짜리 고가의 기계를 들여와 시설현대화를 눈 앞에 두고 있다. 남한강김치공장은 소금을 많이 사용하는 작업 특성상 기계 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다. 시설투자가 시급한 상태다. 또 조합 건물이 80년대에 지어졌기 때문에 많이 낡았고, 천장이 높아 냉난방비가 많이 들어가는 등 비효율적이다. 리모델링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수안보농협의 규모와 주요사업은
지난 1970년 설립돼 올해로 42주년을 맞은 우리 수안보농협은 자산규모 810억 원에 2071명의 조합원을 보유하고 있다. 농촌형 조합으로는 중간 정도 규모에 속하지만 경제사업부문 사업량 310억 원과 신용사업부문 사업량 60억 원에 달하는 알찬 조합 운영을 자랑한다.

△조합장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조합장의 직분은 농민 조합원들을 대표해 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권인을 보호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농협도 시중 은행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신용사업은 장기적인 수안보 경기 침체로 대출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서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다. 또 경제사업은 생산물을 수매하고 가공해서 판매하는데 시중가보다 비싸게 사야하니 당연히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비싸게 사서 싸게 팔아야 하는 농협은 수익을 내기 어렵다. 수익창출을 위해 갑절을 더 고민해야 한다.
조합원 삶의 질 향상과 권익보호를 위한 염려는 농사꾼 출신의 조합원 대표로서 항상 염두에 두고 있지만, 또 직원들에게 일할 분위기를 만들어 주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 양날의 칼을 쥐고 있다고 할까. 조합원과 직원 양쪽이 모두 만족할만한 역할을 찾는 균형감각이 관건이다.

△어떤 조합장으로 기억되고 싶나
초대 수안보농민회장을 했다. 농민회에서 나를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사꾼 출신으로서 농민들의 대표로 농사꾼다웠다는 평을 받게 되길 희망한다. 4선이나 했으니 임기가 다 되면 유능하고 젊은 후배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 남은 인생을 살아가고 싶다./충주=이현기자

▲ 최창규 수안보농협 조합장 ©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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