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포럼>김희정 중부대학교 인테리어학과 교수

디자인은 왜 물건(物件)에만 적용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우리가 숨쉬고 살아가는 공(空)간(間), 내 주위의 허공을 디자인 할 수는 없는 것일까?

패션과 자동차, 휴대폰, 김치냉장고와 은행에서 사용하는 신용카드까지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디자인을 해댄다. 그러나 내가 현재를 생활하는 '공간(空間)'에 대해서는 무심한 우리들이었다.

중국 북경의 따산즈(大山子)예술거리는 약 50년 전에 독일인이 설계를 하고 만들어진 대규모 공장지대였다. 북경이라는 도시가 점점 경제력을 갖춘 도시로 급성장 함으로 인해 공장들은 도심보다 더욱 멀리 떨어진 위성도시로 자리를 옮기게 되고, 그로 인해 공장지대는 빈 대지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중국의 화랑계에서 구매력 있는 유명한 화가 한명이 자신의 아뜰리에를 물색 하던 중 이곳의 건물을 보고 반해서 이곳에 입주를 한 게 시초가 됐고, 여러 예술가들은 저렴한 가격의 작업실 조건으로 인해 하나 둘 씩 모이기 시작해 예술가들이 모여 작업하는 예술거리로 서서히 바뀌게 됐다.

미리 계획돼 만들어진 도시가 아닌 서로의 필요&amp;amp;amp;amp;middot;충분 조건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생긴 예술가 마을이 형성되어 지금은 각국의 예술가들이 모여들어 하나의 거대한 예술마을을 형성했으며 작업실 및 전시공간, 경매장, 갤러리, 아트카페, 레스토랑, 아트 북 센터 등 세계에 내놓아도 손상이 없는 이색적인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이렇게 공간은 형성되나 보다. 사람인 대상자와 공간인 대상지와 그들을 공존하게 하는 힘이 의미 있는 공간을 형성한다.

이렇듯 사람과 더불어 공존하는 공간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 수많은 관계적 상황이다. 인간 대 인간, 인간 대 공간, 공간 대 환경이 바로 공간의 공존과 공생의 관계인 것이다. 공간으로 인해 인간의 행태가 변화하고, 변화하는 사람들로 인해 공간이 가지는 힘이 생기는 것, 즉 이것이 공간을 디자인 해야 하는 인간의 이유인 것이다.

요즘 '공공미술(public art)'라는 단어가 여기저기에서 많이 들린다. '공공미술'은 일반적으로 '대중들을 위한 미술'을 뜻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대중을 '위한'미술 이란 무엇보다 '대중'이 중심 됨을 알려준다. 즉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그것이 미술이건 음악이건 공간이건 간에 우린 과거부터 지금, 미래까지 우리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이다.

2006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각 도시에서 열리고 있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공간'과 '사람'에 대한 제약된 미션을 제공한다. 틈새공간, 자투리 공간, 버려진 공간, 활용성이 부족한 공간 등의 대상지와, 힘들고 어렵고 소외된 사람들 등의 대상자를 선정해 그들을 함께 섞고 잇고 어울리도록 하는 프로젝트이다.

올해 2년째를 맞는 '대전대동프로젝트'와 '청주중앙공원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이렇듯 의미 있는 사람과 공간을 이어주고 공간의 힘을 발휘 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단지 5일장 처럼 하루 시끄럽다가 다음날 허망해지는 의미 없는 프로젝트로서가 아닌 견제와 균형의 결과로 만들어진 '필연적 존재성'으로 남길 간절히 희망한다.

충남도청이 2013년에 이사를 간단다. 오랜 세월 동안 애 많이 썼다. 1932년 공주에서 대전으로 이전 한 뒤 지금껏 충청남도를 지키고 우리나라를 지키고 근대문화유산 건축물로 등록까지 된 의미 있는 공간이다. 과연 누가, 어떤 용도로, 왜 그 공간으로 모이게 될 것인지 기대가 된다.

자격을 갖춘 분들만 드나들던 제약적 공간에서 이제 좀 더 대중에게 열려있는 공간으로서의 발전이 있다면 우린 또다시 '사람'에 의해 의미가 달라지는 '공간의 힘'을 보게 될 것이다.

공간을 어떻게 디자인 할 것 인지가 아니라, 의미가 부여된 디자인 된 공간을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가가 중요한 숙제로 남을 것이다.

어렸을 적에 엄마 손을 잡고 재래시장을 갔을 때가 생각난다.

&amp;amp;amp;amp;quot;생선 사세요! 물 좋은 생선 한 놈 들여가세요!&amp;amp;amp;amp;quot; 이말이 이젠 이렇게 바뀔 것이다. &amp;amp;amp;amp;quot;공간(空間) 사세요! 물 좋은 공간(空間) 하나 사세요!&amp;amp;amp;amp;quot; 라고...

김희정 중부대학교 인테리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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