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온다. 또다시 내안의 그리움들이 촉을 세우고 꿈틀거린다.겨울 외투를 벗고 봄기운이 도는 밖으로 나들이를 해본다.

며칠 전에 음악사에 팩스로 부탁했던 시디가 편집이 완성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가는 중이다. 클래식에서부터 흘러간 팝송 명곡 같은 가요들 가야금 병창등 내가 즐겨듣던 곡들의 목록을 적어보니 어쩌면 내 감성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시디를 밀어 넣고 볼륨을 높이자 그때 그 시절의 음악들이 가슴으로 전해져온다. 하나같이 사랑을 노래한 나의 애창곡들은 겨우내 경직되어있던 감성들을 들깨워 시내를 벗어나서 한적한 시외 길을 달리게 했다. 한곡 한곡 그 노래를 즐겨 들었던 시기의 삶의 역사들이 떠오르면서 감회에 젖게 했다.

지나간 것들은 어떤 기억이든 오랜 시간 속에서 그리워지게 마련인게 사람의 감정인지라 유독 봄이 오는 길목에서는 지독한 몸살을 앓는다. 사람을 좋아하는 감정에는 무조건 좋기만 한 고운정과 익숙해져서 곰삭은 미운정도 있다. 만남은 고운정으로 시작되지만 미운정까지 들지 않으면 오래 지속 될 수 없는 것이 또한 인간사의 관계이다. 왜냐하면 고운정보다 미운정은 훨씬 너그러운 감정이기 때문이다. 미운정은 크고 작은 상처들을 남기면서 쌓여지는 감정이라서 훨씬 골이 깊게 간직되나보다.

지나고 생각해보면 진정한 사랑은 달콤한 고운정이 아니라 지독한 미운정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미운정이 무섭다고들 하나보다. 이봄엔 지나쳐온 관계들 속에서 쌓여있던 미운정들을 잘 다독여서 내 마음의 봄 뜰에 곱고 아름다운 꽃으로 피게 해야겠다.



/김영애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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