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대한 후처음엔 나의 눈을 의심해야 했었다.수 십 여 년 만에 우연히 그녀를 만났지만 반가움에 앞서 측은지심이 먼저 일을 정도이다. 그녀의 초췌한 외양이 그것이다. 코끝은 빨갛고 피부는 거칠고 처져 나이보다 10년은 더 늙어보였다. 학창 시절엔 학교에서 나와 함께 나란히 어깨를 겨루던 그녀였다. 공부는 물론 미술, 노래, 무용까지 타의 추종을 불허하던 그녀였었다. 얼굴또한 곱상하여 남학생들한테 인기도 많았었다. 하여 좋은 남자 만나 결혼 잘했다는 소문에 우리 친구들은 그녀가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믿어의심치 않았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녀에 대한 소문이 친구들 간에 퍼지기 시작했었다. 결혼 후 소식이 끊어진 그녀를 두고어떤 친구는 그녀가 해외로 이민을 갔다고도 했었다. 또 누구는 어느 술집 앞에서 그녀를 만난 적이 있는데 고주망태가 되어 몸도 제대로 못가누더라고 하였었다. 그녀에 관한 말들이 남의 입을 통하여 듣는 말이라서 나는 그 소문을 흘려들었었다. 한데 내가 그녀를 직접 대면하자 지난날의 소문이 헛소문이 아님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집안이 가난했던 그녀는 결혼 할 때 제대로 혼수도 못해갔다고 한다. 그로인해 시어머니의 구박은 날로 심했고 심지어는 남편까지 가세해 부부싸움이 벌어질 때마다 혼수문제로 그녀에게 심한 폭력을 행세하였다고 한다. 나중에는 남편의 외도까지 겹쳐 둘째 아이를 낳은지 100 일도 안될 때 구타를 가해와 병원 신세까지졌다는 것이다. 견디다 못한 그녀가 그때부터 술을 조금씩 입에 대기 시작했다고 한다. 끝내는 그로인해 그녀는 더이상 결혼 생활을 지속할 수 없어 이혼을 하기에 이르렀다고 하였다. 이혼 후 그녀는 두 아이를 두고왔다는 자책감, 결혼 실패에 따른 충격으로 알콜 중독자가 되어 요즘도 술없인 하루도 못배길 정도로 하루하루를 술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녀가 더욱 견디기 힘든 것은 장성한 두 아이들이 자신에게 보내는 원망이란다. 어린 저희들을 두고 매몰차게 떠난 엄마라는 이유 만으로 그녀를 외면한다는 것이다. 그녀의 시댁에선 그녀에게 그동안 혼수문제로 가한비인간적 행위는 감쪽같이 숨긴 채 아이들 버리고 간 매정한 엄마로만 아이들에게 세뇌 교육을 시켰던 것이다. 이혼 할 당시 아이들을 생각해 위자료 한푼 챙기지 못하고 나온 그녀로선 너무 억울하다고 하였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나니 왠지 가슴이 묵직했다. 왜 여자는 항상 약자여야 할까? 그녀는 아내이고 어머니이기에 앞서 한 인간임이 분명하다. 그녀도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는 인간인 것이다. 그까짓 혼수가 한 여자의 일생만큼이나 한 가정의 행복보다 더 소중하단 말인가.이 뿐만이 아니다.이혼이 만연하는 요즘 아직도 여자의 이혼에 대해선 솔직히 너그럽지 않은게 우리 정서 아닌가. 여자의 이혼은 그래서 이즈막도 치명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로보아 이혼 할 때 그 사유를 낱낱이 기록하여 언제든 그 자식들이 열람해서 볼 수 있게끔 문서화 하는게 바람직 하지 않을까 싶다.

이는 이혼을 방지하는 한 방법이 될지도 모른다. 자식들한테 부모의 추한 일면을 남기기 싫어서라도 평소 결혼 생활에 충실하지 않을까 싶다.또한 그녀처럼 남편, 시댁의 부당한 대우를 견딜 수 없어 이혼 한 경우 훗날 자식들에게도 부모의 이혼 사유에 대해 올바른 이해를 돕지 않을까 싶다. 또 있다. 이혼 한 부부들도 얼마간의 정신적 치료가 필요하다.그녀의 경우도 정신적 충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술로써 달래어 알콜 중독자가 되었잖은가. 어쩜 이혼의 스트레스도 배우자의 죽음못지 않을 것이다.



/김혜식 하정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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