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일랜드는 아직도 해묵은 구교와 신교의 분쟁으로 희생을 당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안이라는 22살의 젊은이 역시 테러리스트가 던진 폭탄에 맞아 온몸에 상처를 입고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부러진 뼈와 화상은 치료를 통해 서서히 회복될 수 있었지만, 잃어버린 시력은 복구할 수 없었다. 그는 뛰어난 학생이었기 때문에 졸업하면서 바로 높은 보수를 받는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었고, 겨울 길을 산책하거나 불가에서 책 읽는 것을 즐겼지만, 이제는 자신이 하던 모든 일들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병원 침대에서 그는 거의 입을 열지도 않았고,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거의 잠도 자지 않았다. 그는 몸보다 마음을 더 크게 다쳤던 것이다.

그에게 유일한 위안은 브리짓드라는 간호원의 밝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는 독실한 신교도였고, 브리짓드는 독실한 구교도였다. 이안은 퇴원하고 스스로 자립하는 법을 배우면서 브리짓드와의 사랑을 키워나갔지만, 집안의 반대 때문에 둘은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다시 한 번 시력보다도 더 큰 것을 잃어버렸다.

종교가 목숨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환경에서 구교와 신교의 결혼은 곧 불행한 미래를 예언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더구나 이안처럼 스스로 독립하여 살기 어려운 상황에서 부모나 형제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 결혼에 대한 집안의 반대는 스스로 극복하기 어려운 장벽이었을 것이다. 만약 이안이 시력을 회복해서 과거처럼 좋은 직장을 다닐 수 있었다면, 그는 종교적 이유로 인한 부모의 반대는 물리칠 용기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잃어버린 시력을 회복한다는 것이 아직은 어려운 일이다.

세계적으로 시각 능력을 완전히 잃어버린 실명인구는 최소한 3천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에 노령 인구의 증가로 실명자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오늘날 유전공학, 뇌과학, 생물학 등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그동안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져 왔던 시력 회복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게 되었다. 미국 로렌스 리버모아 연구소 등 2개의 연구소와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등 4개의 대학에서 최근에 '이식 가능한 인공망막 프로젝트'를 연구하고 있다. 현재 임상실험이 진행 중인 인공망막 시스템의 이름은 '아르구스(Argus)'이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 2009년 미국 R&D 매거진이 선정한 100대 혁신적 발명(R&D 100 Awards)'에서 공동개발상을 수상했다.

상용화가 진행 중인 이 기술은 초소형 카메라가 장착된 안경을 활용하는 것이다. 카메라가 인식한 이미지를 전기신호로 전환해 사람의 망막 안에 설치한 전극에 무선으로 전달하면, 이 신호를 뇌의 시신경에 전달해서 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안경의 초소형 카메라가 망가진 망막을 대신해서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현재 이 프로젝트를 통해 16픽셀, 60픽셀의 임상실험은 완료한 상태이다. 이 정도의 지각이면 요리할 때 부엌에서 조리 기구를 알아볼 수 있으며, 거울도 볼 수 있다. 컴퓨터 모니터가 켜있는지도 알아낼 수 있고, 농구 골대를 향해 공을 던질 수 있으며 교회에서 설교자가 어디 있는지도 알아볼 수 있다.

인공망막을 200개나 1천개로 늘리면 독서도 가능하다. 미국의 에너지부 프로젝트 담당자는 "2015년까지는 사물 식별이 가능한 1천 픽셀까지 시각의 지각능력을 끌어올리겠다."고 한다. 하지만, 전극 수가 너무 많으면 망막 신경이 타버릴 수 있기 때문에 전극 수를 한없이 늘릴 수가 없다. 또한 높은 비용도 문제이다. 60개짜리 전극의 인공망막은 비용이 10만 달러에 달한다. 이러한 문제가 해결된다면, 그래서 시력을 잃어버린 많은 사람들이 다시 시력을 되찾고 자신의 삶을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아마도 이안과 브리짓드는 부모의 반대와 종교적 편견에도 불구하고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