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설이 모두 녹아내린 농원위로 한 낮의 햇살이 가만가만 내려와 머물고 있다. 봄을 시샘하던 꽃샘바람도 저만치 물러가고 우수경칩이 지났다고 동면에서 깨어난 연못안의 개구리들은 물 밖으로 몸을 내밀고 해바라기를 하며 요란스럽게 울어댄다.

따사로운 햇살이 반갑고 봄소식을 안고 일찍부터 찾아와 아름다운 하모니를 들려주는 개구리의 합창소리에 놀라 갈퀴를 들고 나섰다. 꽃 진 자리에 그대로 두었던 마른 꽃잎들과 주변의 검불들을 긁어내니 그 속에서 몸을 움츠리고 겨울을 난 여러해살이 화초들이 얼굴을 내민다. 지난겨울 내내 모진 칼바람과 눈보라를 견뎌 내느라 마가렛 잎은 상처투성이고 황금달맞이 잎은 붉다 못해 검붉은 자주 빛을 띠고 있다. 반가운 모습들이다. 지난 해 보다도 더욱 그들의 터전이 넓어 진 것을 보니 금년에는 더 많은 꽃을 피워 낼 것 같아 마음이 푸근해져온다. 이곳에 자리를 잡았던 첫 해에는 얼마 되지 않아 꽃을 조금밖에 볼 수 없었는데 내가 심지 않아도 스스로 지경을 넓혀가는 것이 대견스럽다.

바닥을 긁어 줄 때마다 흙 향이 코끝을 스친다. 무엇으로도 표현 할 수 없는 흙의 냄새다. 생명이 움트기 시작하는 때부터 그 생명들이 소임을 다하고 흙으로 돌아가는 순간까지의 모든 것을 품어 안고 삭혀 낸 뒤에 토해 내는 정겨운 향기이다.

숨을 깊게 들이쉬며 흙 향을 가슴으로 느껴본다. 아직 꽃이 피어나려면 멀었음에도벌써부터 내안에는 꽃내음으로 가득해져 가슴이 뛴다.

생명의 태동이 시작 된 나의 작은 정원에 올 해에는 두엄을 좀 더 내어야겠다. 가꾸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땅이라 밑거름이 부족해 정원안의 생명들이 제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많았기에 이 봄에는 꽃눈이 트기 전에 충분히 밑거름을 주어 저들이 실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해야 하리라.

그와 더불어 미쳐 걷어버리지 못해 내안에 남아 있는 묵은 검불들도 모두 걷어 버리고 마음의 묵정밭을 기경하여 새 순이 돋아 날 수는 자리를 만들어 주어야겠다.



/송보영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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