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만 비대 운영상 미숙 등 내실 부족...상업화ㆍ비좁은 행사장 등 팬들 '빈축'

지난 12일 폐막한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piff)는 상영된 전 세계 64개국 275편은 소문난 잔치에 걸맞게 영화평도 대부분 훌륭하다는 평을 받았다. 관람객도 19만 8603명(객석 점유율 75.8%)를 기록해 역대 최고다.

하지만 부산 해운대 피프 파빌리온에 설치된 기업 광고, 영화 상영 돌연 취소, 안전 불감증 등 관객을 위한 편의 시설은 부족하다고 영화팬들은 입을 모은다.

파빌리온 광장은 무대 인사 등의 이벤트가 상시적으로 열리는 곳으로 부산국제영화제의 대표적인 상징물. 영화제를 찾은 영화팬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들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올해 파빌리온 광장은 예년과 달리 기업 홍보 공간으로 가득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한국 영화를 홍보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영화 홍보하는 부스는 대기업에 밀려 눈에 띄지 않는다. 심지어 영화제 트레일러 마저 기업 로고를 연상케 할 정도다.

부산영화제 1년 예산은 74억원 정도다. 이 가운데 중앙부처와 부산시로부터 54억원만이 지원된다. 영화제 조직위는 2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영화팬들은 지나치게 상업화되고 있는 모습에 우려를 하고 있다. 영화제가 순순한 문화행사로 이어져 가길 바란는 것이다.

몸집만 커졌을 뿐 운영상으로 미숙함을 드러내 영화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개막식 레드 카펫 행사 때 의전 소홀로 세계 영화음악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가 기분이 상해 서둘러 출국한 것과 화제작인 이명세 감독의 영화 'm'의 기자회견이 파행적으로 진행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또 넓은 해운대 야외 무대에서 예정된 강수연과 전도연의 '오픈토크'도 비좁은 빈폴 에비뉴로 옮겨 일대 혼잡을 일으켰다.

영화제 조직위는 기계상의 문제로 영화 상영이 돌연 취소로 영화팬들에게 지탄을 받기도 했다. 지난 6일 '아시아영화의 창'부문에 초청된 '먼지 속의 삶'은 기계상의 오류을 영화 상영 시간에 확인 돼 영화팬들의 원성을 피할 수 없었다.

부산 남포동~해운대를 오고 가는 셔틀버스도 눈에 띄지 않는다. 메인 행사장인 해운대에서 셔틀 버스 시간표은 찾아 볼 수 없고, 영화제 홈페이지에서도 확인 할 수 없다. 1시간 정도 소요되는 거리를 영화팬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영화제 내내 사건과 소문이 꼬리를 물어 무색해졌지만 나름의 성과도 있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영화제를 기해 아시아 영화의 발전과 문화 다양성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한 유네스코로부터 펠리니상을 수여받는다. 역대 최다인 65편의 월드 프리미어와 26편의 인터내셔널 프리미어가 상영됐으며 에드워드 양 회고전 등 수준 높은 프로그램에 대한 호평도 있었다. 아울러 아시아영화펀드와 아시아연기자네트워크가 성공적으로 출범한 것도 지적할 만하다.

영화제의 유일한 경쟁부문인 '뉴 커런츠' 수상작에는 총 3개 작품이 선정됐다. 외로운 남녀의 소통 과정을 침묵과 시선만으로 그려 호평을 받은 김광호 감독의 '궤도'가 '부산은행 뉴 커런츠 어워드'에, 게으른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코믹하게 담은 셍 탓 리우 감독(말레이시아)의 '주머니 속의 꽃'과 꾸밈없는 러브스토리를 표현한 아딧야 아사랏 감독(태국)의 '원더풀 타운' 등 2개 작품이 '빈폴 뉴 커런츠 어워드'를 받았다.

▲주말을 맞아 수많은 영화팬들이 부산을 방문. 파빌리온 광장은 북새통을 이뤘다.


/홍성헌기자 adhong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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