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이혼은 손가락질의 대상이었다. 특히 여성은 이혼녀라 하면 무슨 큰 죄를 저지를 사람 처럼 취급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양상이 많이 달라졌다. 이혼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일은 거의 없다. 오히려 이혼을 단행한 용기에 박수를 보내는 사람도 있다. 서로 이상이 틀리고 사랑 하지도 않는 사람과 평생을 사느니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혼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자녀양육 문제, 양가 가족간 갈등 등 여러 가지 문제도 동시에 발생한다. 합의이혼이라 하더라도 재산을 분할하는 과정에 감정적인 대립으로 상처를 받기도 한다. 이같은 난관을 잘 극복했다 하더라도 이혼이 주는 정신적 고통도 간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불구 우리나라 이혼률은 선진국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특히 결혼 생활을 시작한 신혼 4년차 이내와, 50대 이상의 황혼 이혼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2010년 전국 법원에 접수된 민형·가사·행정·특허 등 소송 사건은 총 634만5439건이었는데 이중 가사 사건 중에는 이혼 소송이 가장 많았다.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이혼 건수가 1만800건으로 전년도 보다 7%가 늘어났다.

모 결혼정보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이혼 사유는 배우자의 부정 행위(28.0%)이 가장 많았으며 다음이 경제적 요인(24.8%)이었다. 반면 남성의 경우는 성격상 차이(21.1%)가 가장 많았고 배우자의 부정 행위(15.4%)가 뒤를 이었다. 경제적 요인도 13.8%를 차지했다.

오는 4월 개봉 예정인 '간기남' 즉 '간통을 기다리는 남자'는 벌써부터 관심과 호기심을 받고 있다. 하루 평균 398쌍이 이혼하며 이중 배우자 부정 행위가 여자는 1위, 남자는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외도가 영화에서도 단골 메뉴가 되고 있다. 간기남은 가장 뜨거운 이슈 중의 하나인 간통을 소재로 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일탈을 꿈꾸는 한 남자의 숨겨진 본능을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형사 '선우'는 간통 사건에 유난히 예민해져 결국 '간통전문 형사'라는 타이틀을 달게 되고, 정직 중에도 간통 사건 해결을 전문으로 하는 흥신소를 운영한다. 불륜 커플이 늘어날수록 자신의 수입에도 영향을 미치기에 간통을 기다리는 남자, 즉 간기남이 되는 것이다. 영화 간기남은 우리 사회에 간통사건이 얼마나 깊숙하게 자리 잡았는지 그것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류의 영화가 나오지 않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발표한 '2011년도 상담통계'에 따르면 면접 상담 중 이혼 상담이 60대 이상 여성의 경우 2010년 254건에서 2011년 402건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남성도 57건에서 122건으로 늘었다. 60대 이상 여성들이 호소한 이혼 사유로는 경제 갈등, 성격차이, 장기 별거 등 기타 문제가 많았고 남편의 폭력, 외도가 뒤를 이었다. 젊은 여성의 이혼 사유와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황혼 이혼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미국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오하이오 주 볼링그린주립대 수전 브라운 사회학 교수가 낸 보고서 '황혼이혼 혁명'을 인용해 1990년 전체 이혼의 10%에 그쳤던 50세 이상 이혼이 2009년 두 배 이상인 25%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자녀들이 어려서 이혼을 못하다가 자녀들이 크고 부부만의 시간이 주어지면서 간극이 생겼기 때문이다. 특이한 것은 남편보다 아내가 이혼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이혼은 최선의 선택이 아니다. 특히 황혼 이혼은 더욱 그렇다.



/조무주 논설실장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