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지난 2월 전국 민간 어린이집이 보육료 현실화 등을 요구하며 집단 휴업에 나서면서 부모들은 안심하고 자녀를 맡길 수 있는 국·공립 시설을 확충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우려했던 어린이 집 '휴업 대란'은 피했지만 정부의 보완책이 미흡할 경우 '어린이집 대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청주시어린이집연합회 서만석 회장(53·사진)을 만나 파업으로까지 치달은 민간 어린이 집 운영 실태를 상세히 들어봤다./편집자 주

▲ 어린이집 집단 휴업은 정부와 극적으로 타결돼 철회됐는데.

- 우선 어린이 집에 자녀를 맡긴 부모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보육의 85%를 담당하는 민간 어린이 집의 집단 휴원은 피했지만 정부가 보육료 지원금 인상, 보육 교사 처우 개선, 각종 규제 완화 등의 조건을 들어주지 않으면 또 다시 집단 휴원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부모들에게 부담을 주기 위한 집단 휴업이 아니라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 정부가 올해부터 0~5세 아동 무상 보육 확대 정책을 시행했는데

- 정부가 앞장서 홍보하는 무상보육료 지원금은 적정 보육원가의 3분의 2수준 밖에 안된다. 2009년 정부가 발표한 만 5세아의 표준보육비가 28만4000원인 것에 비해 2012년 올해 정부의 무상보육료 지원액은 표준보육비의 70% 수준에 불과한 20만원이다. 정부는 표준보육비와 지원액의 차액 지원을 외면하고 무상보육이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마치 부모들이 아무런 추가 비용없이 어린이 집을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과대포장하고 있다. 어린이집 원장과 부모와의 마찰을 유발하며 어린이 집에 대한 불신감을 키우고 있다. 정부 지원액과 민간 수납액에 차액 보육료를 지원해 부모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 서만석 회장.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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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인 또는 국·공립 어린이집과 민간 어린이 집 지원 차이는.

- 정부로부터 인건비와 시설비를 지원받는 법인·국공립어린이집과 달리 인건비와 시설비를 지원받지 못하는 민간·가정 어린이 집에는 별도의 재무회계 규칙을 적용하는 것이 당연하다. 민간 어린이 집은 1년에 교재교구비 100만원과 간식비 1일 1인당 500원이 전부다. 더 이상의 정부 지원금은 없다.

▲ 민간 시설이 정부 지원금을 받게 되면 정부의 관리 감독을 받을 수 밖에 없는데.

- 정부 지원금이 없는데 왜 정부의 관리 감독을 받아야 하느냐. 정부가 지원해 준 보육료는 어린이 집이 아니라 학부모에게 주는 지원금이다. 학모들이 내야 하는 특별활동비 내역까지 상세히 들여다 보겠다는 것은 지나친 규제와 간섭이다.

▲ 충북도가 민간 어린이집 보육료를 동결했다

- 충북도는 어린이집 보육료와 필요경비 한도액 등을 동결했다. 보육료를 인상하면 부모들의 부담과 불만이 커져 어려움이 많다. 민간어린이집 보육료는 만 3세 25만원, 만 4세 이상 22만5000원이고 가정 어린이 집은 만 3세 27만8000원, 만 4세 이상 27만2000원이다. 보육료 외에 입학준비금 연 9만원, 특별활동비 월 10만 원, 현장학습비 반기 8만 원 등 필요경비 한도액도 전년도 수준으로 동결됐다. 최근 4년간 보육교직원 인건비 및 보육료의 년평균 인상률 1.6%는 통계청 소비자 물가 상승률 3.6%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보육 원가에 물가 상승률이 당연히 반영돼야 해도 합리성이 결여된 보육료 동결정책은 전면 개선돼야 한다. 정부가 2016년까지 보육료를 30만원까지 인상을 약속했지만 4년 후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지 못한 탁상행정에 불과하다.

▲ 무상보육 확대에 따른 보육료 동결과 교직원 임금 동결로 보육 교사 구하기가 어렵다는데

- 전문대학 졸업 보육교직원이 1일 11시간 이상 힘들게 근무하는 현실에서 보육 교직원의 최저임금은 월 180만원 이상은 돼야 한다. 보육 교직원은 최저 임금수준도 서러운데 시간외 수당도 없이 1일 3시간 이상 초과근무를 날마다 강요 당하고 있다. 어린이 집 운영비의 80%가 인건비에 해당된다. 보육교사의 처후 개선을 위해 정부가 보육교사 인건비를 일부 지원해 주면 질 높은 교육을 할 수 있다.

▲ 민간 어린이집에 가장 시급한 개선책은

-부모의 보육비 부담 완화를 명분으로 보육료 동결 정책 및 어린이집의 운영 자율권 무시정책, 원장의 자존심을 짓밟는 과잉규제와 과잉처벌 정책으로 보육 현장을 황폐화시키고 있다. 어린이 집 원장과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 어린이 집 원장과 교사가 행복하지 못한데 어린이 집 영·유아가 행복할 수 없다. 어린이 집 원장은 과도한 행정처벌과 형사처벌 조치로 고통을 넘어서 공포를 느끼고 있다. 교사는 최저 임금과 장시간 중노동에 고생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해 주기를 바란다.

▲ 앞으로의 계획은

- 어린이 집의 잘못한 부분은 원장이 책임을 지고 처벌을 받아야 한다. 현장 학습비, 차량비 등 특별활동비를 규정보다 과다하게 받는 등 불법 운영을 근절해야 한다. 어린이 집이 떳떳해야 정부에 요구 사항을 건의할 수 있다. 어려운 여건을 극복해 민간 어린이 집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여건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 정부가 약속한 개선책이 올 상반기중에 이뤄지지 않으면 또 다시 집단 휴업을 강행할 수도 있다.

▲ 회원과 학부모 등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 단결된 모습으로 영·유아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학부모에게 부담을 주기 위한 집단 행동이 아니라 정부 정책의 개선을 요구하기 위한 뜻일 뿐이다. 일방적이고 편향적인 행동에 불만을 품은 것이다. 어렵게 일하는 보육교사에게 격려를 해주기를 바란다.

/홍성헌기자·사진=권보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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