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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 속에 담긴 마음
김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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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3.14  18: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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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는 지키는 사람에게 기품을 갖추게 한다. 그 기품은 사람을 압도하는 힘이 있다. 예의를 깍듯이 지키는 사람 앞에선 함부로 행동할 수 없어 매사 조심한다. 그렇다고 하여 그 예의가 전혀 불편하지 않다. 오히려 절도 있는 언행, 상대방을 배려하는 예의 앞에 나는 익숙하다. 이는 지난날 젊은 시절 교양과 지성을 필수덕목으로 갖춰야 하는 직업에 종사해서 몸에 밴 까닭이다.

비록 개인 회사 비서직이었지만 내가 모신 여사장은 사회 각계계층에 마당발이었다. 그녀는 나를 데리고 많은 모임 장소엘 자주 갔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대하게 하며 그들 앞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비서로서 품격을 지킬 수 있는지를 몸소 체험하게 했었다. 덕분에 절도 있는 언행과 에티켓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그런 연유에서인지 요즘도 예의를 지키지 않고 제멋대로인 사람 앞에선 왠지 처신하기가 매우 어색하다. 사람은 높은 학식 보다 지성을 갖춰야 예의범절도 지킬 줄 안다. 예의는 사실 큰 것을 지키는 게 아니다. 겸양을 알고 겸손하며 남을 배려하는데서 예의는 출발한다. 한데 요즘은 남을 생각 하기 앞서 자기본위로 매사를 판단하는 세태여서인지 '무엇이든 자신의 편의 위주로 행동을 하면 된다.'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아이들이 공공장소에서 마구 떠들고 뛰어다녀도 주의를 주기커녕 기죽는다고 방관하는 부모들 태도가 그 중 하나이다.

어느 날 외출했다가 집으로 돌아오다가 목격한 일이다. 우리 아파트 현관 입구에 깨끗이 닦인 접시 몇 개가 비닐 봉투에 넣어져 얌전히 놓여 있었다. 보아하니 누군가 중국음식을 배달해 먹고 그릇을 깨끗이 닦아 밖에 내어놓은 것이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참으로 예의를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대부분 음식을 시켜먹고 빈 그릇을 내놓을 때 반쯤 남긴 음식물과 반찬가지들을 그냥 그릇에 담아 내놓곤 한다.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 십상이다. 무엇보다 음식을 먹은 사람의 인품까지도 함부로 밖에 내팽개친 듯 하다면 지나칠까? 더구나 여름철엔 음식물을 남겨 밖에 내놓을 경우 그릇에 파리 떼들이 들끓기도 하고 지나가던 강아지들이 입을 대어 주변에 음식물들이 널브러지게 만들곤 한다.

나 같은 경우도 자주 음식을 시켜 먹을 경우 꼭 그릇을 깨끗이 닦아 비닐 봉투에 담아 밖에 내놓는 일을 오래전부터 습관화 했었다. 이는 음식점 주인과 배달원, 그리고 이웃을 배려하기 위한 사소한 일이기도 하다. 미미한 일이지만 상대방을 배려하는 친절이 또 다른 친절을 낳고 나아가 세상을 살맛나게 하는 일인 것임을 내 경험을 토대로 새삼 깨닫는다.

어려서 어머니는 우리들에게 남을 위하는 게 곧 자신을 위하는 일이라고 하였다. 남 잘되는 일에 배 아파 하고 말 한마디라도 남의 가슴을 할퀴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이들에겐 이 말은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의 말로 들릴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것은 모르고 하는 말이다. '너'가 존재하기에 '내'가 이 세상에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나'의 명예도 '내'가 지니고자 한다고 그 명예가 절로 안겨지는 게 아니다. 이를 인정하는 '너'가 있기에 명예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간혹 이를 잊고 살 때가 많다. 순전히 '내'가 잘나서 절로 명예도 부(富)도 얻게 되는 것으로 착각한다. 이는 '너'를 위한 '나'의 예의를 설명하다보니 예를 든 일이다.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기에 더불어 살려면 이에 따르는 배려, 친절, 예의는 지켜야 도리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저버리고 산다면 어찌 만물의 영장이랴. 자칫 공자 왈 같겠지만 동물은 예의, 염치를 차릴 줄 모르잖은가.



/김혜식 하정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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