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오전 11시50분 논산시 오거리 소공원 무료급식소 천막으로 삶의 무게가 버겁다는 표정의 노인들이 줄을 서기 시작한다.

작은 손 클럽 부녀회원들은 노인들 식판에 음식을 듬뿍 담아주며 덤으로 환한 미소까지 나눠준다. 노인들이 맛있게 음식을 먹는 한 쪽 구석에서 허리가 반쯤 굽은 할머니가 식사를 하다말고 배식 창구로 가 밥 한 그릇을 더 달라고 요청한다. 어린 것이 뛰어 놀다가 집에 돌아와 빈 밥통을 열어본 뒤 실망할 어미 없이 자라는 손자의 얼굴이 머리를 스쳤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준비한 비닐 봉투에 새로 받은 밥과 먹다 만 반찬들을 주섬주섬 담는다. 1주일마다 마주치는 할머니를 보면서 1970년대 보릿고개를 넘던 시절 부잣집 잔치에 일품을 팔던 어머니가 허리춤에서 꺼낸 시루떡을 누가 보기 전 얼른 먹으라고 눈짓하던 모습이 떠올라 코끝이 찡해진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력은 세계 10위권 반열에 올라 있지만 아직도 손자의 주린 배를 걱정하며 비닐봉지에 음식을 퍼 담을 수밖에 없는 할머니의 사정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얼마 전 몇몇 선배들과 식사하던 자리에서 지난 2010년 봄 열반한 법정스님의 무소유 개념이 화제가 됐다. 법정스님은 무소유의 행복이라는 책을 통해 아무리 가난해도 마음이 있는 한, 나눌 것은 있고 근원적인 마음을 나눌 때 물질은 자연히 그림자처럼 따라온다고 했다. 저승길에 오직 하나 가져가는 것은 재물이 아닌 현생에서 지은 업보(業報)이고 그 것 또한 누구도 대신 할 수 없다는 게 스님의 설법 요지다. 매주 금요일 급식소에서 만나는 할머니가 생각날 때마다 나중에 저승 갈 때, 나는 무엇을 가져갈까 고민해 보게 된다.



/유장희 논산 기자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