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승부조작 파문으로 프로스포츠계가 뒤숭숭하다. 한 종목, 특정 팀에 국한되지 않고 프로스포츠계 전반에 걸쳐 일어난 이 같은 불미스런 사건에 프로스포츠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불신도 극에 달했다.

현재 밝혀진 우리나라 승부조작의 역사는 '2008년 K3리그(현재 챌린저스리그: 축구) 승부 조작'이 그 시발점으로 관련 선수가 구속되고 팀이 해체되는 아픔을 겪었다. 비록 '프로계'는 아니었지만 승부조작의 결과가 얼마나 혹독한 것인지를 인식시켜 주는 계기가 됐다.

또한 2010년의 e스포츠 승부조작 사건은 그 후유증이 더 컸다. 인터넷 게임과 스포츠의 결합이라는 e스포츠는 당시 성장가도의 정점에 서 있었다. e스포츠단만 12개, 등록선수 300여명에 연간 관중은 2000만 명에 근접했으며, 경제유발 효과는 1조 1400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10여년에 걸친 눈부신 e스포츠의 성장을 송두리째 짓밟은 간판 프로게이머들과 브로커-조직폭력배 등이 연루된 승부조작 사건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그 근간마저 흔들렸다. 팬들은 더 이상 결과를 믿지 않았으며 자연스레 관심도 멀어져갔다. e스포츠단이 줄줄이 해체되고 e스포츠를 전문 중계하던 케이블 채널이 아예 그 성격을 바꿔 음악 채널로 전환했다.

급기야 작년에는 프로축구 승부조작이 드러나자 관련 선수가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사건의 충격은 프로스포츠계 전반에 퍼져나갔고 프로축구 외 타 종목에서도 잇따른 승부조작 의혹이 제기되었다. 그 결과 현재는 프로배구를 걸쳐 프로야구마저 현역 선수가 체포되고, 소환되어 풍문이 사실로 확인되는 과정을 씁쓸하게 지켜봐야만 했다.


- 현실 부정


이 같은 승부조작으로 일부 국민들은 실망을 넘어 프로스포츠 자체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렸다. 현재까지 프로스포츠계는 이런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연루된 것으로 밝혀진 몇 선수들을 제재하고 그 결과를 공표하는 것으로 마무리했지만 이는 진정성이란 측면에서 국민들에게 별로 와닿질 못했다.

프로스포츠 단체나 각 구단들 역시 선수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원천적으로 승부조작이 불가능한 종목'이라는 어설픈 현실 부정은 물론 승부조작이 확인된 선수를 출전자 명단에끼워 넣기까지 했다. 선수가 구속되는 상황에서도 구단 핵심인사나 감독이 책임지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오히려 더 큰 치부가 드러날까 두려웠는지 이른 시간에 사건을 종결짓고 몇몇 선수들만 희생시켜 꼬리자르기 모양새를 취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눈을 돌려 스포츠계 전체로 보자면 이것은 해당 종목의 미래뿐만 아니라 한국체육의 미래를 앗아가는 재앙이 될 수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스포츠에 대한 가장 큰 관심은 팀과 팀, 개인과 개인 간의 '승패'이기 때문이다. 승부조작 사건의 본질은 '승패'를 가리기 위해 정정당당히 전력을 다해 임해야 한다는 스포츠계 최고의 도덕성을 훼손했다는 점에 있다. '전력을 다한 두 팀 혹은 개인이 맞붙었을 때 누가 이길 것이냐?' 나머지는 이 물음에 대한 부차적인 관심들인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승패가 사실은 미리 짜여진 각본이며 따라서 그 결과가 이미 예정돼 있는 것이라면? 혹은 대다수의 국민들이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 정정당당


국민들이 승부조작 사건에 무감각해지고 무관심해지기 전에 구단과 협회를 비롯한 프로스포츠계 전반이 생살을 도려내는 심정으로 심기일전해야 한다. 문제의 원인을 외부로 돌리며 '불법 도박 사이트를 근절해야 한다' 등의 공허한 외침이나 경기 중 '죄송합니다'의 깜짝 이벤트를 벌이는 것으로 어물쩍 넘어가기에는 죄질이 너무 불량하다. 승부조작 사건에 충격받고 실망한 국민들이 모든 스포츠 자체를 외면하고 등을 돌린다면 이는 결국 한국 스포츠 전반의 경기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이다.

늦은 감은 있지만 스포츠인 모두가 스포츠의 묘미는 '정정당당함'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도덕성 회복과 가치관 정립 또한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김종탁(주성대 경호무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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