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정동영(鄭東泳) 후보가 제일성으로 내건 '당 화합 카드'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경선파동을 거치며 '거북등'처럼 쪼개진 당 뻠罐?성공적으로 추스러내느냐가 정동영호(號)의 순항 여부를 가르는 기본조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당 내부의 분위기는 경선이 끝났음에도 여전히 불안정해 보인다. 내부적으로는 반정(反鄭.반 정동영) 기류가 앙금으로 남아있고 외부적으로는 장외주자인 문국현(文國現) 후보의 부상 속에서 원심력이 작동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정 후보측은 최대한 몸을 낮추면서 '포용론'을 전면에 내걸고 속도감있게 내부를 정리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한나라당 이명박(李明博) 후보의 전례에서 보듯 '점령군'처럼 당 장악을 시도할 경우 내부의 저항을 부를 수 있다는 상황인식에서다.

정 후보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경선과정에서 불거진 상처를 서로 보듬어가자고 호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소속 의원 141명 전원에게 전화를 걸어 협력을 당부할 예정이다.

정 후보 측근인사들이 스스로 '백의종군'의 자세를 강조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핵심측근은 "어제 저녁 캠프 사람들이 모여 백의종군하는 자세로 일하기로 뜻을모았다"며 "당을 점령하는 게 아니라 당의 품에 안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인사들은 선거운동의 전면에 등장하지 않고 2선으로 물러나 있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후보측은 그러면서 경쟁자였던 손학규(孫鶴圭) 전 경기지사와 이해찬(李海瓚)전 국무총리를 상대로 적극적 끌어안기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통합형 선거대책위원회를 띄우면서 손 전 지사와 이 전 총리 캠프 인사들을 이에 참여시킴으로써 '화합적 결합'을 시도한다는 전략이다. 정 후보가 두 사람을 상대로 제기했던 고소.고발을 즉각 취하한 것도 이런 차원이다.

정 후보는 특히 조만간 손 전 지사 및 이 전 총리와 직접 만나 공동선대위원장직을 제의할 예정이다. 엄연히 당내 일정세력을 갖고 있는 두 사람과 손을 맞잡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내부의 동요와 외부로의 이탈흐름을 차단하겠다는 포석이다. 정 후보는 이날 오전 이 전 총리와 전화통화를 갖고 21일 회동하기로 의견을 모았으며 손 전 지사와도 전화통화를 통해 회동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다.

정 후보측은 또 손 전 지사와 이 전 총리측 인사들과 일 대 일 접촉을 통해 경선과정 갈등을 씻어내고 선대위 참여를 독려하기로 한다는 방침이다.

정 후보 진영은 '중진역할론'에도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경선과정에서 중립지대에 위치했던 김원기 정대철 문희상 정세균 등 중진그룹이 중심을 잡고 당의 결속을 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이와 관련, 당 지도부와 중진그룹은 이날 오찬회동을 갖고 경선 이후 당내 화합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 후보측의 당 화합 시도가 기대만큼 효력을 발휘할 지는 미지수다. 내년 총선이 불과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각 세력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할 공산이 있는 데다 경선과정에서 불거졌던 '당권거래설' 파동의 여진이 다시금 불거질 개연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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