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배분은 보수적..주식비중 13%에 불과

우리나라에서 집 등을 제외하고 100만달러 이상의 금융 자산을 보유한 '백만장자'가 9만9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438명은 3천만달러를 초과하는 금융자산을 가진 초고액 순자산보유자(ultra-hnwi)인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메릴린치가 컨설팅 회사인 캡제미니(capgemini)와 공동으로 발간한 '아시아태평양 부자 보고서 2007'에 따르면 한국 고액순자산보유자(hnwi: 주거지와 소비재를 제외하고 최소 100달러 이상의 금융 자산을 보유한 사람)는 2006년 말 현재 9만9천명으로 이들이 보유한 금융자산은 총 2천660억달러에 달했다.

2006년 아시아태평양 hnwi의 수는 전년 대비 8.6% 늘어난 260만명으로 전세계 hnwi의 27.1%를 차지했다. 특히 초고액 순자산보유자 증가율이 세계 평균(11.3%) 높은 12.1% 를 기록해 이 지역에서 부의 증가가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보고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9대 주요 시장(호주, 중국, 홍콩,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싱가포르, 한국, 대만)을 대상으로 지난 해에 이어 두번째로 작성됐다.

◆ 한국 '백만장자' 증가율 세계 6위 = 한국의 경우 hnwi 증가율은 14.1%로 싱가포르(21.2%), 인도(20.5%), 인도네시아(16.0%)에 이어 아시아시장에서 네번째, 세계에서 여섯번째로 높았다.

한국 hnwi의 1인당 평균 순자산은 270만달러로 지난해 350만달러에서 급격히 줄면서 조사대상국 가운데 8위를 차지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hnwi의 1인당 순자산은330만달러였으며 홍콩이 540만달러, 중국은 500만달러로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한국 hnwi 가운데 초고액 순자산보유자들의 비중은 세계 평균(1%)보다 낮은 0.44%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일본에 이어 두번째로 낮았으나 점차 높아지는 추세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성별로는 남성 비율이 81%에 달해 남성 편중 현상이 심했으며 연령별로는 과거경제 성장을 주도했던 세대인 56~70세가 가장 많은 비중을 나타내 16~30세의 젊은 부자가 많은 중국과 인도와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부의 원천은 사업이 48%를 차지했으며 이어 소득 17%, 상속 14%로 집계됐다. ◆ 한국 부동산 비중 가장 높아 = 한국 hnwi의 전체 자산 가운데 부동산 비중은42%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높아 지난해 부동산 열풍을 반영했다.

주식비중은 13%로 2005년 20%에서 크게 떨어져 아시아태평양 국가 가운데 가장낮았다. 메릴린치는 2005년 증시 호조에 따라 지난해 이익실현이 늘면서 주식비중이낮아진 것으로 분석했다.

메릴린치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gwm) 장재호 한국 본부장은 "지난해 코스피지수가 4% 증가하는 데 그치면서 약세를 보인 가운데 한국 hnwi의 부 창출을 주도한 원동력은 부동산이었다"며 "국내 부동산의 가격 상승이 정부의 해외부동산 투자 규제 완화와 더불어 국내 고액자산가들의 증가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상품투자, 미술품투자 등 대안투자 비중도 6%로 호주와 더불어 조사대상 국가 가운데 가장 비중이 낮은 반면 현금.예금(21%)과 채권(18%)의 비중은 높아 자산배분의 보수적 성향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태평양지역의 hnwi는 세계 hnwi에 비해 자산배분수단으로 부동산(30%)과 현금 및 예금(22%)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지역의 주식 비중은 평균 25%로 한국의 두 배에 가깝지만 세계 평균 31%보다는 낮았으며 채권 비중도 15%로 세계 평균 21%보다 낮았다.

해외투자 배분의 경우 조국이 포함돼 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투자비중이 2005년보다 줄긴 했으나 여전히 보유 자산의 절반을 아시아태평양지역에 투자하고 있으며 4분의 1 이상을 북미지역, 나머지를 유럽,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에 배분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투자비중이 65%로 조사대상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메릴린치는 "아시아태평양 hnwi들이 해외투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장기간에 걸쳐 대안투자와 주식, 채권의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자산배분 구조를 재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글로벌 자금, 아시아태평양에 집중 = 지난해 아시아태평양 hnwi 자산은 8조4천억 달러로 전년보다 10.5% 증가했으며 일본과 중국이 자산총액의 43.7%와 20.6%를차지했다.

보고서는 자산관리 산업의 세계화가 진행되고 금융시장이 성숙하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자산배분 수단이 다양해지고 해외투자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대안투자 비중이 8%에서 14%로 높아지는 반면 상대적으로 부동산과 현금의 비중이 줄어들고 해외 투자에 있어서도 현재 절반 수준이 역내 투자비중이 줄어들고 유럽과 아프리카 지역의 비중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메릴린치는 견실한 경제성장과 금융시장의 발달로 이 지역 hnwi 자산규모가 유럽과 미국의 성장률을 뛰어넘어 연간 8.5% 증가하면서 2011년 12조7천억달러에 이를것으로 내다봤다.

장 본부장은 "한국은 견조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고액자산가들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앞으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자산관리시장이 성장하면서 해외투자비중이 커지고 투자상품도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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