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래 곽경택 이어 장진도 '무릎팍 도사' 출연

배우뿐만 아니다. 이제는 감독까지 나서서 웃기고 울려야 한다.

영화감독들의 예능 프로그램 진출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심형래 감독이 '디 워' 개봉 전 물꼬를 트더니 '사랑'의 곽경택 감독에 이어 18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바르게 살자'의 기획·각본·제작을 맡은 장진 감독이 개봉 직전인 17일 mbc tv '황금어장'의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다.

장진 감독이 강호동이 분한 무릎팍 도사에게 의뢰한 고민은 '직접 연출한 작품은 왜 대박이 안날까요?'라고 한다. 영화계의 재주꾼으로 소문난 장 감독이지만 자신이 직접 연출한 작품 '킬러들의 수다' '아는 여자' '박수칠 때 떠나라' '거룩한 계보' '아들'의 흥행 기록을 모두 합한 것보다 각본과 제작에만 참여한 '웰컴 투 동막골'(800만8천622명) 단 한 편의 흥행 기록이 더 좋았다.

'바르게 살자'가 감독은 맡지 않은 채 각본과 제작에 참여한 경우여서 누가 봐도 이 작품이 지금 상태에서는 징크스를 깨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어 있는 고민이다.

영화의 주요 출연진이 개봉을 앞두고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개인기를 선보인 건 이미 오래 전에 자리잡은 일이 돼버렸다. 방송계 안팎에서 '예능은 영화의 홍보도구'라는 비난이 끊이지 않아도 예능 프로그램으로서는 손쉽게(?) 스크린에서만 주로 활동하는 톱스타들을 '모실' 수 있고, 스타들은 영화 홍보와 함께 자신의 인기를 다지고 이미지를 다양화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왔다.

'무릎팍 도사'의 적극적인 출연진 섭외가 올 여름 '대형사고'를 쳤다. '디 워' 개봉일이었던 8월1일 심형래 감독 출연분이 방송돼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던 것. 심 감독이 '디 워'를 만들기까지 고생스러웠던 경험담과 세계적인 영화감독에의 의지를 눈물과 함께 강변하며 말그대로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물론 심 감독 개인에 대한 지지만은 아니었지만 심 감독은 '디 워' 개봉과 함께 감독 스스로를 화제로 급부상시키며 흥행 성공에 큰 역할을 했던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당시 많은 영화인들은 이 같은 마케팅 기법에 대해 "심형래 감독만이, '디 워'만이 할 수 있는 홍보 방법"이라고 말했으나 결코 그렇지 않았다.

지난달 20일에는 '사랑' 개봉을 앞둔 곽경택 감독이 출연하며 영화계의 허를 찔렀다. 추석 시즌 대란을 앞두고 방송에 출연한 곽 감독은 겉으로는 어눌해 보이지만 재미있는 이야기 구성과 영화를 대하는 진지한 태도를 보이며 방송 다음날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서 급부상하기도 했다. '친구' 이후 고생담과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소탈한 모습이 어필했던 것.

'사랑' 역시 개봉 4주차에 전국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선전을 펼치고 있다.

공교롭게도 감독이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두 영화 모두 흥행에 성공을 거뒀다.

이번 장진 감독의 출연은 주연배우인 정재영과 함께 이뤄질 뻔했으나 정재영이 영화 '신기전' 촬영으로 참가하지 못했다고 한다.

제작사인 필름있수다 마케팅팀 관계자는 "반드시 홍보 때문이라기보다는 두 분 모두 '무릎팍 도사'에는 호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출연한 것"이라며 "정재영 씨는 평소 홍보를 위해 tv에는 출연하지 않는 배우로 유명한데도 이 프로그램에는 출연하려 했으나 일정 때문에 감독님만 출연했다. 정재영 씨는 전화로 연결했다"고 밝혔다.

영화계에서는 영화감독들이 예능 프로그램에까지 진출하는 것에 대해 최근 '감독의 스타화'가 급속히 이뤄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들 세 감독 외에도 강우석 강제규 박찬욱 이준익 봉준호 최동훈 박진표 허진호 등등 감독 자신이 이름을 알리며 티켓파워까지 발휘하는 감독들이 꽤 늘어난 것. 이 때문에 영화 홍보를 위한 인터뷰 대열에 감독들도 빠지지 않는다.

인기 많고 '끼' 많은 감독이 늘어나고, 영화감독의 진솔한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대중이 늘어나고, 또 동원할 수 있는 갖가지 방법을 써서라도 영화를 홍보해야만 하는 영화계 현실에서 "감독은 작품으로 말한다"는 목소리는 점점 더 작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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