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을 재촉하며 보슬대며 내리는 봄비가 교정(校庭)을 촉촉히 적시던 아침이었다. 그날은 전교생들의 책걸상이 새로 들어오도록 하느라, 평소에 주차하던 곳이 아닌 좀 떨어진 곳에 주차를 하였다. 차 안에서 서류를 챙기며 밖을 내다보니 한 어린이가 나를 바라보며 서있었다. '왜 교실로 안 들어가고 서 있지?' 생각했지만 별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내가 차에서 내리니 우산을 펴들고 가까이 와서 나를 씌워주며, "교장선생님, 우산 쓰세요."하는 것이 아닌가! 가랑비라 괜찮다고 하며 먼저 들어가라고 해도 받쳐주어 누군가 물었더니, 3학년 ○○○라고 한다. 고맙다는 말을 하고 교장실로 들어오며 생각에 잠겼다. 사람마다 생각은 좀 다르고 어쩌면 대단한 일이 아니고 지나치기 쉬운 사소한 일 같지만, 어린 학생이 순간적으로 마음에서 우러나 한 행동이기에 무척 기쁘고 가슴 벅찼다.

올해 청주교육의 역점 사업 세 가지 중 첫 번째가 존경과 사랑이 넘치는 인사 나누기, 때와 장소를 가릴 줄 아는 습관 기르기, 가정교육의 날 운영 등을 지도하는 '다사랑 교육 실천하기'이다. 우리학교의 노력 중점 첫 번째도 인사 잘 하기로 '체험 중심의 인성교육' 지도에 힘쓰고 있지만 그날 아침 한 어린이의 예상하지 못한 선행은 나에게 신선한 감동을 주었다. 또한 본교 특색 사업으로도 배려하고 칭찬하는 학교 문화 조성, 가정과 연계한 교육 등을 실천하는 '다 행복한 학교 문화 조성'에 적극 노력하고 있지만 800여 명의 학생들이 어느 정도 알고 있고, 어떤 교육적 효과가 나나타고, 교직원들과 학부모님들에게 얼마나 감동과 만족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막연한 기대만 하고 있었는데······.

아무리 거창한 국가 정책이나 제도 그리고 교육 시책도 국민들이나 학생들에게 침투되지 않고 효과가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제아무리 좋은 시책도 시행이 안 되고 실천이 안 되면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多 행복한 학교', '다사랑 교육' 등도 학교 문화부터 하나하나 달라지고 현장에 나타나야 한다. '사랑합니다' 인삿말이 학교현장에 어느 정도 정착된 것에 만족하지 말고, 말로만이 아닌 그야말로 가슴 속에서 스스로 사랑과 존경이 넘치는 태도가 습관화되어야 하는 것처럼.

얼마 전 한국고용정보원이 2010년부터 2011년까지 우리나라 759개 직업에 종사하는 2만 6천여 명을 대상으로 직업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1위는 초등학교 교장이라고 한다. 직무만족도, 직업의 지속성, 사회적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현재 몸담고 있는 직업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지를 해당 직업 종사자들이 주관적으로 평가한 개념이란다. 대학교 총장(14위), 고소득 전문직인 의사(44위), 변호사(57) 그리고 국회의원(73위) 등을 제치고 1위를 했다니 초등학교 교장의 한 사람으로서 좀 의외의 결과이다. 요즘 같은 어려운 교육 여건에서 힘겨운 때도 많은데 학교교육의 막중함을 말해주고 있어 긍지를 느낄 수 있고, 사명감에 어깨가 무거워진다.

비오는 날 스스로 우산을 받쳐 준 자그마한 행동이 진정한 교육과 보람을 알게 하여 준 것처럼, 앞으로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이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큰 꿈을 가지고 힘껏 노력하고 바른 인성으로 바람직한 행동을 하는 다사랑 교육을 스스로 실천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기를 기원한다.



/김진웅 청주 경덕초등학교 교장·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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