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일에 걸핏하면 어린애처럼 감격 한다. 별스런 일도 아닌데 왜 이리 감동을 잘 받는지 모르겠다. 언젠가 어느 행사장에서 행상인의 손수레에서 따끈한 커피를 사 준 어느 여인의 배려가 참으로 고마웠다. 비록 종이컵에 담긴 커피였지만 그날 추위로 꽁꽁 언 나의 심신을 따뜻이 덥혀주고도 남음 있었다. 하여 그녀만 보면 그날 일이 떠올라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고 있다. 어디 이뿐이랴. 상대방의 겉치레의 말일지라도 깍듯이 예의를 지켜 건네는 말 한마디에도 감동이 인다. 그것이 형식적으로 건네는 말인 줄 뻔히 알면서도 그런 예의를 지킬 줄 아는 태도가 고마워서 감동 하곤 한다.

작은 일에 감동만 잘하는 게 아니다. 때론 상대방의 사소한 언행에 마음의 날을 바짝 세우는 것으로 보아 나는 소인배(小人輩)인가 보다.


- 사소한 일


어느 사석에서 연세 많은 분이 먼저 자리를 일어서면서 좌중의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었다. 그러자 그 자리에 모였던 여럿의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분의 인사를 정중히 받아드리며 "어르신 어두운 밤길 살펴가세요."라는 인사말도 잊지 않았었다. 한데 그중 돈 푼께나 있고 사회적 지위도 있는 어느 여인이 자리에 꼼짝 않고 앉아서 그분의 인사를 그냥 목례로만 받았었다. 예의란 무엇인가. 겸손과 겸양을 갖출 때 행해지는 언행 아닌가.

돈 많고 사회적 신분이 있을수록 자신을 낮추고 겸손해야 한다. 겸손이란 겉으로 내숭을 떠는 게 겸손이 아니다. 자신이 설 자리, 앉을 자리를 살펴 사람답게 처신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지나칠까? 순간 그녀의 온몸에 두른 금붙이, 휘황한 보석이 그녀와 함께 빛을 잃는 순간이었다. 어디 이뿐이랴. 돈 좀 있다고 자신이 사회적 신분이 있다고 거만과 오만에 사로잡힌 그녀의 모습이 천박해 보이기까지 했었다.

나이가 들수록 또한 어느 자리에 오를수록 자신을 깊이 응시할 필요가 있다. 하여 말 한마디, 행동 하나를 남의 눈을 의식하여 행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예의는 하루아침에 갖춰지는게 아니다.

우선적으로 '사람답게 사는 게 무엇인가?'를 깊이 인식할 때 가슴 속에서 우러나오는 언행이다. 그 본질을 외면하는 한 예의, 염치, 겸손, 겸양 따윈 한낱 구시대의 산물로 머물 수밖에 없다.

누구나 사람은 예의범절이 바른 이를 좋아한다. 적으나 크나 어느 권세, 부를 얻었다고 목에 힘주는 자는 결코 주위 사람들로부터 호평을 받지 못한다. 어느 정치인이 이번 선거에서 다시금 재선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그의 겸손함과 온유함 때문이었다. 그는 평소 주민들과 마주치면 늘 겸손히 고개를 숙이고 그들의 눈을 지긋이 응시하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아마도 이는 '주민들의 눈 속에 어떤 삶의 애환이 서려있나.' 그것을 관찰하기 위함이리라. 그래서인지 그는 그 예의바른 태도로 인해 이번에도 금배지를 가슴에 달았다. 거만과 오만은 인품의 격을 떨어뜨린다. 이는 자신 만의 착각일 뿐이다. 잠시의 권력, 얼마간의 물질로 사람의 마음을 얻기란 힘들다.


-진실한 사람


진실한 사람은 늘 겸손하다. 마음이 따사롭다. 이런 면을 갖춘 사람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큰 힘을 지니고 있다. 그래 항심(恒心)인 사람 곁엔 향기로운 인품의 사람들만 모여들기 마련이다.

우린 항심 (恒心人)을 선별하기 위해 이번 선거를 치루지 않았던가.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서 가장 올바른 정치인으로서 중심을 세웠던 것은 변함없이 국민의 대변인 자로서 그 자질을 잃지 않을 그런 정치인이었잖은가. 정치는 물론 정치인의 몫이라고 하지만 국민인 우리들도 올바른 정치, 훌륭한 정치를 이룰 수 있도록 함께 호흡을 맞춰야 한다. 그것은 바로 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권리를 지키고 개개인이 맡은 일을 충실히 하며 사람답게 사는 일에 전심전력 하는 일이다. 그러다보면 어느사이 세상은 밝아져 좋은 세상이 도래하리라는 생각을 해보는 하루다.



/김혜식 하정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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