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참여정부평가포럼 상임집행위원장은 18일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로 확정된 정동영(鄭東泳) 대선후보에 대해 "과거에 대해 깊이 있는 반성과 새로운 각오를 밝히지 않는 한 우리의 마음까지 모두 가서 그를 돕기란 참으로 힘든 일"이라고 밝혔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최측근인 안 위원장은 이날 참평포럼 홈페이지에 "경선결과를 승복합니다, 그러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열린우리당 간판을 부수고 참여정부에 대한 야당, 언론의 근거없는 공격에 줏대없이 흔들렸으며 경선에서 구태를 보인 과오에 대한 정 후보의 반성과 새로운 각오만이 미래를 열 수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신당 경선 과정에서 이해찬 전 총리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그러한 미래가 있어야 우리의 마음이 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이유야 어떻든 우리가 졌다"며 "우리에게는 승복의 의무가 있다"며 경선결과에 대한 승복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2001년 경선 준비를 하던 초창기에 노 대통령이 당시 지지도에서 한참앞서 가던 이인제 후보를 거론, "이인제씨한테 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인제씨 피켓을 들고 전국을 다니며 선거운동을 해 줄 자신이 있는가"라며 자신과 이광재 의원에게 묻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설령 지더라도 불공정 경선을 이유로 적당히 판을 깰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러한 태도는 무원칙한 정치꾼들의 구태라는 대통령의 당시 지적에 많은 것을배웠다"고 회고했다.

안 위원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도 "정 후보가 우리당의 해체나 참여정부 실패론에 대해 함께 싸워줄 것을 요구한다"며 "정 후보가 노선과 가치면에서 당의 힘을 배가 시키려면 이 전 총리의 지지자들의 마음까지 끌어모을 수 있는 위로와 새로운 각오를 해야 지지를 광범위하게 끌어모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 위원장의 이 같은 입장은 경선 과정에서 정 후보를 '구태정치'로 지목, 각을세워왔던 친노(親盧) 진영의 복잡한 기류를 그대로 반영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단 정 후보가 경선을 거쳐 대선후보로 확정된 만큼 '동반자'로 인정할 수밖에없지만 화해의 전제조건으로 참여정부와 우리당의 실패 논란과 맞물린 우리당 탈당에 대한 사과와 반성을 내건 '조건부 지지' 의사의 표명이 아니냐는 관측인 셈. 현 상황에서 정 후보와 결별을 고하고 제3지대행(行)을 택할 경우 분열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만큼, 일단 큰 틀에서 함께 가되 정 후보를 최대한 압박함으로써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 후보가 노 대통령과의 관계 복원에 적극 나서고 있는 가운데 두 사람의 '화해' 여부가 친노 진영의 최종 입장정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만수 참평포럼 공동집행위원장도 "선출된 후보를 중심으로 움직이는게 민주주의 원칙"이라는 것을 전제로 "정 후보가 참여정부 국정실패 논란 등에 대해 좀 더 스탠스를 확실히 해준다면 관계개선에 더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후보측 한 인사는 "이미 친노, 비노의 구분은 사라졌다"며 "안희정 위원장도 결국 우리쪽을 밀어주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참평포럼은 지역별 간담회를 거쳐 최종 입장을 정리키로 했고, 이전 총리 캠프는 20∼21일 천안에서 해단식을 겸한 워크숍을 갖고 향후 진로를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