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면담 무산, 인사잡음, '차떼기' 복귀 논란

한나라당 이명박(李明博) 대선후보가 지난 8월말 전당대회 이후 잇따르고 있는 내부 잡음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선 직후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측 인사들과의 불협화음을 가까스로 정리하는가 싶더니 이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면담 무산, 당 사무처 인사 잡음에 이어 '차떼기당 복귀' 논란에 휘말리는 등 '집안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

대선후보 확정 이후 50% 전후의 압도적 여론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그로서는 남은 2개월간 '현상유지'만 해도 대권을 잡을 수 있는 상황이나 '외환(外患)'보다는'내우(內憂)'가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최근 벌어진 내부 잡음의 공통점은 이 후보의 직접적 책임 여부와 관계없이 결국 비난의 화살이 이 후보로 향했다는 점이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이른바 '차떼기'로 물의를 일으켜 실형을 선고받았던 최돈웅 전 의원의 상임고문 임명의 경우 임명권자인 강재섭(姜在涉) 대표가 1차 책임을 져야 할 일이지만 범여권은 물론 당내 인사들의 비판은 일제히 이 후보로 쏠리고있는 양상이다.

특히 공교롭게도 최 전 의원 등을 상임고문으로 임명한 지난 15일은 이 후보가 중앙선대위 첫 회의에서 "차떼기당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고 강조한 날이어서 상황은 더 꼬였다.

이른바 '4강(强) 외교' 행보도 이 후보가 의도한 것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사태가 악화된 케이스다.

당초 이 후보는 대선후보로 확정되면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4개국을 순방하며 경제.자원외교를 펼친다고 밝혔으나 여론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부시 대통령이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정상들과의 면담 성사 여부에 쏠렸고 이것이 무산되자 비난의 도마위에 오른 것.

특히 면담을 주선한 미국측 인사와 보좌진들의 어설픈 일처리로 부시 대통령 면담이 무산된 것은 '굴욕 외교'라는 범여권 비난의 빌미를 주기까지 했다.

최 전 의원 상임고문 임명과 부시 대통령 면담 무산에 대해서는 이 후보도 상당히 곤혹스러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핵심 측근은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이 후보가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채 자신에게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데 대해 난감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 전당대회 이후 주요 당직자 및 당 사무처 인사도 계속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경선기간 박 전 대표를 지지했던 이른바 '친박(親朴)계' 인사들이 선거 관련 핵심요직에서 밀려나면서 '보복인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이처럼 내부 잡음이 끊이지 않자 당 안팎에서는 이 후보와 한나라당이 대세론의'덫'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자조와 비난이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당내에서는 범여권의 대선후보가 차례로 정해지면서 '1위 후보'인 이 후보에 대한 공세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의 내부 잡음으로 자칫 '적전분열' 양상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 관계자는 "올연말 대선이 '이명박 대 이명박'의 싸움이 될 것이라는 세간의 관측이 최근 사태를 보면 정확했음을 알 수 있다"면서 "좀더 낮은 자세를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은 "이 후보가 당초 비주류였기 때문에 당장은 당을 일사불란하게 장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님을 이해해 달라"면서 "그러나 최근 사태를 계기로 앞으로 긴장의 끈을 바짝 죌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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