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은 어린이날이다. 이 날에 기려볼 과학자로 파스퇴르를 꼽을 수 있다. 그는 광견병 백신을 개발해서 미친개에게 물린 9살 난 남자아이의 생명을 구해 프랑스의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5월 5일은 파스퇴르가 발명한 예방 백신의 효능을 입증하기 위해 탄저균 백신을 몇 마리의 동물들에게 주사하고, 그 후 탄저균에 노출시켜서 백신을 맞은 동물들은 건강하게 살고 그렇지 못한 동물들은 죽어가는 현상을 사람들에게 보여줌으로써 많은 이들이 백신의 효능을 믿게 된 실험을 한 날이다. 그의 업적으로 인해 수많은 인명 피해가 줄어들었고, 인류는 건강하게 살아가게 되었다. 프랑스에서는 그가 나폴레옹보다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고 생각하여, 그를 기려서 파스퇴르 연구소를 만들었다. 이 연구소에서 많은 과학자들이 인류의 생명을 구하는 많은 연구들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파스퇴르가 인류에 기여한 숨은 업적은 겉으로 드러난 업적보다 더 크다. 그는 무생명과 생명을 구분하는 기준이 되는 물질을 찾음으로써 의약품의 부작용을 피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이와 관련된 연구는 포도주 양조장의 부탁으로 포도주 제조 과정에서 생기는 주석산을 조사하면서 시작되었다. 여러분도 포도주 병 안에 가라앉은 결정 찌꺼기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물질은 포도 씨와 죽은 효모균이 분해되어 생긴 것인데, 인체에는 무해하다. 효모균이 만든 주석산을 물에 녹인 후 편광판을 비추면, 마치 다이얼을 돌리는 것처럼 편광면이 시계방향으로 돈다. 이를 좌회전성 물질이라고 부른다.

효모라는 생물체가 만든 주석산은 좌회전성 물질이지만, 신기하게도 공업적으로 만든 주석산에는 이러한 성질이 없다. 공장에서는 좌회전성 결정과 우회전성 결정을 고르게 만들기 때문이다. 오로지 생명체가 만들 때 선택적으로 좌회전성 결정만 만드는 것이다. 좌회전성과 우회전성은 마치 왼손과 오른손처럼 방향만 다를 뿐 모든 것이 똑같다. 하지만 이러한 물질이 인체에 들어가면 전혀 다르게 작동한다. 의약품을 공장에서 만들 때, 생명체가 만드는 것처럼 좌회전성만 선택하여 만들려면 굉장히 많은 노력이 들기 때문에 의약품의 가격이 하늘높이 솟구친다.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좌회전성과 우회전성을 모두 만들면 인체에 치명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 예가 바로 1950년대 한 제약회사가 임신한 여성의 입덧을 가라앉히는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탈리도마이드라는 약을 개발했을 때 일어났다. 제대로 분리하지 못한 우회전성 탈리도마이드는 태아의 발육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쳐서, 그 후 1만 명이 넘는 신생아들이 바다표범처럼 몸통에 손이나 발이 붙어 있는 모습의 해표지증을 가지고 태어나게 되었다. 이들이 성인이 되면서 기형을 극복하고 인간 승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를 우리는 종종 접한다.

놀랍게도 파스퇴르가 발견한 생명체가 만든 물질의 특성인 좌회전성은 생명체 안의 모든 물질에 다 적용된다. 그래서 우주 생물학자가 다른 별에서 미생물을 발견한다면 가장 먼저 그 생명체가 좌회전성인지 우회전성인지 알아볼 것이다. 만약 좌회전성이라면 그 미생물은 지구로부터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우회전성이라면 지구와는 다른 외계 생명체의 존재가 증명된 것이다. 파스퇴르의 중요한 발견의 의미는,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호르몬이나 생화학물질을 만들 때 회전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험실이나 공장에서 만드는 죽은 물질과 살아있는 세포가 만드는 산 물질은 비록 형태와 모양이 똑같아 보여도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전혀 다른 현상을 나타낸다. 비록 가격이 비싸도 생물로부터 직접 추출한 의약품이 공장에서 합성한 의약품보다 더 효과가 있다고 믿는 근거가 있는 것이다.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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