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인구 15만 명에 대형 판매점 한 곳이면 적정선이라는 이야기를 업계 관계자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천안시 인구는 현재 56만 명 선으로, 이를 대입하면 3.7곳이 적정선이지만 현재 백화점 2곳과 대형판매점 7곳이 각축을 벌이고 있으며, 현재 백석동에 한 곳이 공사중에 있고, 비록 아산지역이지만 사실상 천안을 영업권으로 하는 천안아산KTX역사 인근에도 한 곳이 준비중에 있다.

지난 한 해 천안지역 백화점과 대형판매점들의 매출은 역대 최고인 1조782억8500만 원의 판매고를 기록했고, 이들이 지역발전을 위해 환원한 금액은 고작 매출의 0.24%, 지역 농산물을 팔아준 것도 0.73%에 그쳐 지역 자금의 역외유출이라는 '빨대현상'이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4월13일 천안시는 지역 대형판매점들과 지역기여 및 상생발전을 위한 이행협약을 체결까지 했지만 소귀에 경 읽기에 그쳤다.

대형판매점들의 급속한 시장잠식으로 지난 2010년 천안시슈퍼마켓협동조합이 지역 내 동네슈퍼 수를 700∼900개 정도로 추산했으나, 불과 1년도 안 돼 지난 해에는 이 가운데 256개가 체인화 편의점으로 전환해 살 길을 찾았고, 살아 남은 동네 슈퍼마켓은 92개 정도에 불과해 사실상 초토화됐다.


- 동네 슈퍼마켓 초토화


천안지역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대형 판매점들의 빠른 시장 잠식으로 전통시장과 동네 슈퍼마켓들의 설자리가 없어지자 전주시에서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대규모점포등의 등록 및 조정 조례’를 제정해 제한에 들어가면서 각 지자체마다 대규모 및 준 대규모 점포의 등록제한에 관한 조례 제정이 들불 퍼지 듯 했다.

급기야 지난달 3일 국무회의에서는 대형판매점의 영업 제한을 골자로 한 유통산업발전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지난 달 21일에는 대형판매점 115곳이 일요일 휴무에 들어가는 강제적인 제재 조치를 당하게 됐다.

이에 억울하다며 지난 달 27일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 6개 대형판매점들이 서울 강동구와 송파구를 상대로 ‘영업시간제한 및 의무휴업 지정처분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서울행정법원 제1행정부에 제출했지만 기각 당했다.

전통시장과 동네 슈퍼마켓 등 소상공인들의 밥그릇을 빼앗아가며 끝 모를 성장과 승승장구를 추구하면서 지역 환원과 지역상품 팔아주기를 외면하던 대형 판매점들을 향한 곱지 않은 시선은 결국 정부와 각 지자체들이 제재 조치를 담은 조례 제정에 이르게 됐다.



- 적정한 분배와 배려 필요


어느 일방의 독식은 주변으로부터 시기와 질투, 경계와 도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고, 이에서 벗어나려면 얻은 것 가운데 일부를 통한 적정한 분배, 도움을 준 이들에 대한 배려 같은 더불어 사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이같은 간단한 지혜를 깨닫지 못하고 그저 갈퀴로 돈만 긁어가는 수전노의 이미지를 심어준 것이 결국 자신들을 향한 부메랑으로 되돌아 오고 있는 것이다.

본 기자도 지난 2010년 10월18일 '대형 판매점들이 알아야할 것'이라며 상생을 촉구하는 데스크 시각을 작성하고, 업계의 태도 변화가 있기를 바랐지만 결론적으로 채 2년도 안 돼 대형 판매점들에게 제재 조치가 내려지고 있다.

문화는 여러가지가 섞여야 다채롭고, 아름답게 번성한다고 한다.

판매 문화에서도 그럴 수 있길 늦었지만 다시 한 번 바란다.

대형 판매점들이 스스로 나서 상생의 노력과 의지를 가질 때 제재와 견제, 고립으로부터 보다 자유스러워질 수 있다.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은 없기 때문이다.



/박상수 (천안 주재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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