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역 모 저축은행 회장은 두 종류의 명함이 있지만 요즘 저축은행 회장 명함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지난 6일 3차 영업정지 저축은행이 발표됐고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고객 돈 200억 원을 갖고 중국으로 밀항하려다 체포되면서 저축은행 회장 명함을 내밀면 상대방이 의심의 눈초리로 위아래 훑어본다는 것이다. 지역밀착형 서민은행에서 서민을 속이고 울리는 은행으로 전락하면서 나름 열심히 일해 온 금융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그는 애초 금융인의 길을 생각하지 않았다. 강원도 모 국립대학교 교수로 후학 양성에 정열을 쏟았다. 하지만 창업주인 선친의 대를 이어 은행 경영을 맡았던 형이 수년전 갑작스럽게 사망해 가업을 잇게 됐다. 그는 지금도 교수로, 금융인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가업인 금융업의 신뢰가 무너지며 누구보다 애타는 마음으로 저축은행 사태를 바라보고 있다.

이번 저축은행 사태는 금융인의 잘못 만으로 비쳐지지는 않는다. 저축은행을 관리 감독해야 할 금융당국의 책임론이 부상한다.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지난 6년간 신용불량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지난 해 9월 2차 영업정지 발표 때 올해 총선을 염두에 두고 축소했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다행히 이번 영업정지 명단에 충북지역 저축은행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 등 예금자들의 불안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도내 저축은행 상당수는 재정 건전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다. 고객들도 이런 내용을 잘 알고 있다는 전언이다. 금융인들의 신뢰 회복 노력과 금융 당국의 철저한 관리 감독으로 추가로 영업 정지되는 저축은행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금융인의 명예와 지역 서민의 안정된 생활유지를 위해 특히 그렇다.



/김홍민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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