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의 외로운 늑대 핀란드'의 저자 정도상은 "핀란드 교육에는 좀 다른 점이 있지만 특별한 것은 없다"고 그의 경험을 통해 단적으로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저자 정도상이 필자에게 이 책을 직접 건 내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중 하나가 핀란드란 나라에 대해 좀 알았으면 하는 것이지 핀란드를 꼭 닮으란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핀란드에서는 교육의 책임을 누구에게 떠넘기지 않는다. 학생들이 잘못된 길을 갈 때 가장 먼저 그 책임을 느끼는 것이 학생 자신이고, 교사는 이를 자기 책임으로 생각하고, 가정에서는 가족의 책임으로 여긴다. 더 큰 책임은 사회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바로 핀란드 사람들이다. 핀란드인은 '핀란드'라는 거대한 이름의 학교에서 철저하게 교육을 받아 한 인간으로 성장한다.
핀란드 유치원에는 한 가지 없는 것이 있다. 바로 공부다. 교사들은 유치원에서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에서의 공부도 시키지 않는다. 글자도, 덧셈, 뺄셈도 가르치지 않는다. 책은 교사가 읽어 주고 아이들은 듣기만 하면 된다. 아이들이 집에 와서 해야 하는 숙제는 당연히 없다.
우리는 한번 심각하게 고민해 볼 일이다. 아이가 세 살만 되면 한글을 가르친다고 사방 벽에 글자를 붙여놓고, 이것도 부족하여 한글을 가르치는 학습지 교사를 집으로 불러서 교육을 하는 것이 올바른지? 그나마 한글 교육은 모국어이니 이해가 된다. 그런데 거기에 영어를 가르친다고 사방 벽에 알파벳을 붙이고, 온갖 단어들로 집을 장식하는 우리나라의 교육 열기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모르겠다.
우리는 시험을 보러 가는 아이에게 "시험 잘 보고 오라"고 한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시험에서 실수를 하지 말라는 의미일까? 나는 항상 시험을 보러 가는 아이에게 "아는 것만 쓰고 오라"고 했다. 너무나 당연할 말이다. 모르는 것을 맞추려고 하니까 아이들이 불안해지고, 시험 울렁증이라는 신기한 병까지 얻게 되는 것이다. 어느 중학교에서 문제 하나로 내신 등급이 달라진 것이 소송까지 갔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다.
핀란드 학교에도 소위 왕따라 불리는 학생들 간에 집단 따돌림이 있고, 성적 때문에 고민하는 학생들도 있다. 일주일간, 한 달간, 심지어 1년간 학교를 나오지 않는 학생들도 있다. 영어 시간에는 외국에서 공부를 한 학생이 교사의 영어 발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교사에게 면박을 주는 일도 있다. 핀란드 학교에는 벗어나는 행동과 사고는 우리보다 훨씬 심각하다.
교육을 말하면서, 교사를 빼놓을 수는 없다. 어쩌면 교육에서 교사를 제외하면 나머지 모든 기관은 행정적인 지원 시스템에 불과하다. 교사의 근무 조건을 자세히 분석해 보면 우리나라의 교원이 외국 학교의 교원에 비해서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과도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문제점도 많이 부각되고 있다.
그래도 교육은 끝까지 포기할 수 없는 주제이다. 우리나라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교육 강국이다. 핀란드처럼 아니라도 좋다. 지금 우리가 진행 중인 교육이 다 잘못된 것이 아니다.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교육, 학생들의 표정이 지금보다 더 밝아질 수 있는 교육, 학부모들이 자식을 학교에만 보내도 만족할 수 있는 교육, 교사들이 보람을 느끼고, 즐거워 할 수 있는 교육이 우리에게도 가능하지 않을까? 우리 모두 함께 노력을 한다면.
꿋꿋하게 자라고 있는 나무가 있기에 그리고 곧게 성장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있기에 핀란드에 미래는 있다. 우리 역시 만찬가지다. 문제아 보다 올바르게 자라는 청소년들이 더 많기에 우리 교육의 미래에 분명한 희망이 있다. 진정한 관심과 사랑의 시선으로,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119구조대와 같은 열정으로 모두가 대처한다면 문제는 극명하게 해결될 것이다.
/성낙수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