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을 통해 충북에서 모두 8명의 선량이 탄생했다. 당별로는 새누리당 5명, 민주통합당 3명이다. 이중에는 초선이 있는 가 하면 3선 이상의 다선도 다수 포함돼 있다. 3선의 의미는 각별하다. 국회 내에서 초선과 3선은 하늘과 땅에 견줄 정도로 그 격차는 엄청나다. 정부 각 부처에서도 초선 의원과 3선 의원을 대하는 격이 다르다. 아니할 말로 초선이 정부 부처에 무슨 얘기를 하면 콧방귀도 안뀌지만 3선이 헛기침만 해도 집행부가 전전긍긍하다고 할 정도로 위세가 대단하다. 그래서 정치인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준이 3선이고, 3선 의원에게는 대개 '중진'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게 된다.


- 3선 이상 반열 5명


충북에서 3선 반열에 오르게 된 정치인이 모두 5명에 달한다. 새누리당에서는 송광호(제천·단양)·정우택 당선자(청주 상당) 2명이고 민주통합당에서는 오제세(청주 흥덕갑)·노영민(청주 흥덕을)·변재일 당선자(청원) 등 3명이다. 이 가운데 송 당선자는 4선이다. 당선자들의 선수(選數)만 놓고 볼 때 충북은 이제 중앙 정치의 변방이 아닐 정도로 위상이 커졌다. 해양수산부장관과 충북지사를 역임한 정우택 당선자는 오늘(15일) 열리는 전대에 출마해 지도부 입성을 노리고 있다. 충청권 좌장인 6선의 강창희 당선자(대전 중구)의 측면 지원을 받고 있는 정 당선자는 충청·강원권을 대표하는 주자로 도전장을 내밀었고, 지도부 입성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송 당선자는 19대에서 입각 또는 국회의장을 노리고 있다고 한다. 나란히 3선 고지를 밟은 민주당 3명의 당선자들도 당내 입지는 물론 정치적 위상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18대에서 민주당 원내 수석부대표와 대변인을 맡으면서 정치인으로서 한창 물 오른 노 당선자는 박지원 원내대표 체제에서 6월 전당대회를 관리하는 비대위원으로 선출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고, 연말 대선에서도 사실상 충북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오 당선자는 민주당 몫의 상임위원장을 노리고 있다. 18대에서 국회 교과위원장을 지낸 변 당선자는 중진 의원에 걸맞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국회·당내 위상 커져


이처럼 충북 출신 당선자들이 국회 또는 당내에서 위상이 커져 중심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중앙 정치의 변방에 머물러 있던 충북이 일약 중앙 정계의 중심으로 부상할 수 있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개인적으로도 자신의 정치 스펙에 의미있는 '플러스'가 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높아지는 지위와 커진 역할에 따라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마련인 '파워'는 충북처럼 도세가 열악한 곳에서는 지역 발전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량감 있는 정치인의 배출은 지역적으로 매우 큰 관심사다. 물론 지역 주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에게 선수(選數)가 반드시 훌륭한 국회의원을 담보하는 필요·충분조건은 아니지만 그래도 많은 유권자들이 정치 신인 보다는 관록을 갖춘 정치인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는'양날의 칼' 같은 유권자들의 속마음이 담겨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다선 정치인들이 제 역할을 못한다면 송곳같은 심판을 하겠다는 이면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과 지위를 지역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키우는 곳에 쓴다면 4년 후 그들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는 준엄한 경고의 메시지다. 흔히들 유권자들이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평소 관심없는 것 같아도 선거 때가 되면 명민한 판단을 한다. 지난 4년간 내가 뽑아준 당신은 지역을 위해 무엇을 했느냐고 묻고, 표로 응징한다. 지위와 역할이 가져다 주는 달콤함에 취해 있다 보면 4년 후 '쓴잔'은 각오해야 한다.



/김정호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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