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경제학에서는 토지, 노동, 자본을 생산의 3요소라고 했다. 이제는 새로운 생산의 3요소로 재료(things), 사람(men), 아이디어(ideas)가 꼽힌다. 아무튼 한 국가의 경제활동에서 노동력을 제공하는 사람이 가장 중요한 요소임에는 변함이 없고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자원이 부족한 국가에서는 사람의 중요성이 시간이 감에 따라 더 커지고 있다. 한 국가에서 필요한 노동력을 제공하는 곳은 교육기관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고등교육을 담당하는 대학이 그 중심에 있다 할 것이다. 최근 정부의 고졸 취업을 장려하는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경우 고졸-대졸간의 임금격차가 100 대 175로 매우 큰 편이다(OECD 평균은 157). 또한 지식기반 경제의 진전 및 고숙련에 대한 요구 확대 등에 따라 고졸-대졸간의 임금격차가 더 확대될 가능성은 높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대학교육에 대한 수요로 그동안 한국의 대학은 경영에 별 어려움 없이 규모면에서 매년 덩치를 키워 왔다. 이러한 한국의 고등교육에는 역사적으로 두 번의 큰 전환점이 있었다.

그 첫째는 1980년 7.30 교육개혁조치에 의해 기존의 대학 입학정원의 130%를 뽑아 졸업시 30%를 탈락 시키는졸업정원제 실시이다. 당시 우리나라 수험생의 문제는 심각했다. 1970년에 12만 명이던 수험생이 1980년에는 50만여 명으로 늘었다.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과외가 성행하고 이로 인해 소득격차에 의한 사교육 수혜여부가 사회문제로 떠올라 이를 해결해 보기 위한 정책으로 졸업정원제가 도입되었다.

둘째는 1995년 대학설립 인가제에서 준칙주의로 바꾼 5.31 교육개혁이다. 시장원리에 의한 대학 간 경쟁을 유도하고 정치적 판단에 의해 대학설립이 좌지우지 되는 것을 막아 보기 위한 논리였다. 이로 인해 1995년 327개이던 대학수가 2005년에는 419개로 늘었으며 재적학생수도 10년 사이에 80만 명이나 늘었다. 대학의 이러한 양적 팽창은 지금까지는 계속 증가되어 오던 학생자원 덕분에 별 문제없이 유지되었다. 하지만 대학이라는 공급자 위주의 시장구조로 인해 대학 간에 차별성이 없는 학과들을 백화점식으로 설치하면서 대학규모만 팽창시키고 대부분의 공립과 사립, 대도시와 지방을 불문하고 소위 SKY대와 같은 서울의 명문대 따라 하기에만 열중했다. 그 결과 대학이 배출하는 인재가 현재와 미래의 기업과 사회에 요구되는 실질적인 교육을 받지 못하고 형식적인 양적 배출만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2006년 통계청 장래인구 추계에 의하면 18세 학령인구가 2007년도까지 감소하다가 이후 완만히 상승하지만 다시 2012년도 69만 명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해 2030년도의 학령인구는 41만 명으로 감소한다고 한다.

4년제 대학의 경우 2020년도 80% 후반대의 충원율이 예상되며 전문대학의 경우 2019년에는 80% 아래로 충원율이 떨어지고 2020년대 후반에는 40% 내외로 급격히 낮아질 전망이라고 한다. 대학구조조정의 압력은 4년제 대학 보다는 전문대학, 수도권 소재 대학 보다는 지방 소재 대학, 지방 소재 대학에서는 수도권에서 거리가 상대적으로 먼 지방 소재 대학에 더 직접적으로 닥치게 될 것이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에서 대학의 역할을 엘리트를 육성하기 위한 상아탑으로 인식하던 틀에서 평생학습교육기관으로 보는 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산업화 시대에서 대학은 중견 관리자를 양성하고 합리주의와 과학을 바탕으로 한 학문교육과정을 가르치고 배우는 곳이었다. 대학에서 최종적으로 수여하는 박사학위는 정해진 틀과 기준에 맞춘 논문을 쓴 사람에게 수여되었지만 앞으로는 상당수의 대학들이 대학이라는 정체성 보다는 평생교육기관이라는 정체성을 내걸고 평생교육이 대학 내에서의 보조적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대학의 핵심 역량을 대표하는 정체성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대학은 장황한 논문을 쓰는 곳이 아니라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지식과 노동력을 생산해내야 한다.

이러한 대학의 역할을 조정함에 있어 단순히 국민의 4년제 대학 선호 경향 및 수도권 입지 프리미엄에 기대어 진행되는 것이라면 문제가 있다. 대학구조조정이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에 기초해서 대학교육의 질적 수준 및 지역균형 발전과 직업교육 발전등과 부합되는 형태로 진행되도록 하는 정책적 대응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심완보 충청대 교수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