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지만 청소년들 심성이 점점 흉포화 해지고 있다. 얼마 전 서울에서 발생한 청소년 살인 사건이 그렇지 않던가. 한창 꿈을 가꾸며 학업에 전력해야할 청소년들이 이 지경이 된 것은 무엇보다 사회적 책임도 간과할 수 없으리라. 눈만 뜨면 접하는 각종 폭력물 영상매체는 물론입시 경쟁에 갇히어 지내는 청소년들 스트레스도 그들의 극단적인 행동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이리라. 날만 새면 학교 교실 딱딱한 의자에 앉아 공부에 전념하는 그들 아닌가. 가슴엔 뜨거운 피가 들끓건만 젊음을 발산 할 돌파구커녕 대학 입시의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날마다 공부와 씨름해야 하는 그들이다.

며칠 전 이웃 여고생과 잠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 학생은 벌써부터 사회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시각을 지니고 있었다. 아무리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해도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고 했다. 설령 자신이 대학에 합격해 비싼 등록금 내며 대학을 졸업하여도 걱정이 태산이란다. 좁은 취업문 때문이라고 했다. 그 말엔 기성세대인 나로선 딱히 답해 줄 말을 찾지 못했었다.

한편 그 학생은 학교생활이 힘들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자신의 영어 실력이 반 아이들보다 월등히 뛰어나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단다. 그런 일로 마음이 괴롭다고 했다. 그 학생의 말을 듣고 보니 이 또한 우리 어른들의 책임이 자못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평소 어른들 삶의 태도를 그들이 외면 할 리 없다. 우린 소위 '튄다.'라는 표현으로 무엇인가 우리와 다른 점, 탁월한 면이 있는 사람은 그것을 인정해주지 않고 배척하기 일쑤이잖은가. 타인의 개성, 능력을 존중하지 않는 속성이 있잖은가.

이런 면은 우리 뿐 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세계적 이슈인 인종차별, 종교 싸움도 그 중 하나에 속하리라. 그러나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인종 차별을 초월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얼마 전 세계은행 총재로 임용된 김용 씨가 그 한 예이다. 김용 씨는 다섯 살 때 미국으로 이민 간 한국인이다. 다국적 사람들이 모여 사는 나라가 미국 사회이긴 하지만 오바마는 출신 국가를 염두에 두지 않고 김용 씨의 남다른 면모와 능력을 높이 샀다. 피부색을 따지지 않고 어느 분야에 뛰어난 능력을 갖춘 자이면 그 분야에 최고 적임자로서 능력을 인정하는 오바마의 판단력이 참으로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우린 어떤가. 개인이 지닌 능력보다 학연, 지연, 혈연이 우선시 되지 않던가. 그런 연유에서 요즘 어느 텔레비전 방송국 광고 내용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심청이 아버지 심학규에게 직업을 가질 기회를 줬더라면 심청이가 공양미 쌀 삼백 석 때문에 인당수에 몸을 던지지 않았으리라.' 라는 뜻의 광고가 그것 아니던가. 이 내용처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지닌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사회가 부여해 준다면 우리는 세계적인 강대국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옛말에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라고 하였다. 요즘처럼 능력 위주인 세태에 이 말을 하면 비웃음을 살 일이다. 하지만 우리 조상님들은 넉넉한 마음자락, 혜안을 갖춘 분들이었다. 한낱 미물인 굼벵이가 지닌 느린 행동마저도 결코 평가 절하 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 술 더 떠 굼벵이의 굼뜬 행동마저 미화시킴은 물론 급하면 땅 위를 굴러서라도 목적을 이루는 굼벵이의 보잘 것 없는 재주까지 뛰어난 능력으로 인정 했다면 지나친 나만의 비약은 아닐는지.

사람마다 개성을 갖추고 있다. 다양한 사고, 개개인이 지닌 능력, 색다른 개성이 어우러져 세상은 조화롭게 이뤄지고 있잖은가. 그 세상 속에 현재 우리가 살고 있다.



/김혜식 하정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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