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자 "23일께 임무종결계획서 국회 보고"

정부는 이라크에 파병된 자이툰부대를 내년 말에 철군하고 병력을 600여명 수준으로 줄이기로 최종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21일 "정부는 자이툰부대의 철군시기를 올해 12월 말에서 내년 말로 조정하되 병력규모를 600여명으로 줄이기로 했다"면서 "이런 내용을 임무종결계획서에 담아 오는 23일 국무회의에 상정하고 국회 국방위에 보고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정부가 자이툰부대의 '파병연장'이란 표현 대신 '철군시기 조정'이라고 명시한 것은 작년 국회에서 파병연장동의안을 처리할 때 임무종결계획서를 연내 제출토록 단서를 달았고 임무완료 시점을 올해 말로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현재 이라크 주재 한국대사관을 경비하고 있는 해병대 병력 17명 가운데 일부를줄이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자이툰부대의 임무종결 여부에 대해 정부의 최종입장이 정리되면 이번주 중 국회에 보고하고 정식 발표할 계획"이라며 "현재 부처간에 입장을최종 조율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 내년 말 무조건 철군 = 임무종결계획서에는 '철군시기를 내년 말로 조정한다'는 문구가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철군시기를 내년 말로 조정한 것은 내년 12월까지 무조건 철군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오는 12월 말 종료하는 파병기한을 내년 말로 연장한다는 표현을 임무종결계획서에 담을 경우 철군시점이 애매모호해져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자이툰부대의 철군시기를 내년 말로 못 박은 것은 참여정부 임기 내에 이 문제를 매듭짓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는 최근 관련 부처간 협의과정에서 청와대 일각에서 자이툰부대의 연내 철군을 강하게 주장한 데서도 알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자이툰부대가 참여정부 임기 시작 이듬해인 2004년8월 이라크로 전개가 완료됐다는 의미에서 임기 내에 어떤 식으로든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의지를 피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내년 말 철군키로 결론을 내린 것은 미국 등 동맹국 관계를 감안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되고 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올해 말까지 철군하겠다는기존 방침과 한반도 현안을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 한미공조의 중요성 사이에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한 것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월 7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군의 능력과 평판을 이야기하면서 이라크에 대한 한국정부의 협조를 요청했다.

이어 니컬러스 번스 미 국무차관이 지난 11일 워싱턴을 방문한 심윤조 외교통상부 차관보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이 이라크와 아프간에 군병력을 파견해 준 데 대해 사의를 표명하면서 한국군의 이 지역 파병이 지속되길 희망하기도 했다.

결국 미국의 대통령까지 나서 '계속 주둔'을 희망하고 있는 상황을 뿌리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이라크 종파간 갈등의 핵인 석유수익 배분 문제에 대한 협의가 최종 단계에 있기 때문에 내년에는 이라크 상황이 안정될 가능성도 철군시기 연장 결정의배경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상황이 안정되면 그만큼 한국 기업이 이라크 재건사업에 참여 가능성도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 병력 600여명으로 줄여 = 현재 1천200여명인 병력규모를 600여명으로 줄이는것과 관련, 군당국과 청와대 등 관련부처 내에서는 의견이 크게 엇갈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들은 900여명 이하로는 임무수행이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고 청와대 등에서는 600여명으로 줄여야 한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병력을 절반가량 줄여야 한다는 논리는 자이툰 파병이 경제적인 실익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는 데서 비롯됐다.

3천200여 건의 이라크 재건공사 가운데 한국이 수주한 것이 한 건도 없으며 자이툰 주둔지인 아르빌의 공군기지 포장공사조차 터키가 수주하는 등 파병에 따른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이런 상황을 의식, 파병연장 결정을 내린 이상 병력을 절반 가량 줄여서라도 국민들을 설득시키는 명분을 갖춰야 한다는 논리를 펼친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군 및 정부 일각에서는 쿠르드지방정부 측에서도 파병연장을 공식적으로 요청하고 있고 국내기업들의 진출 여건이 한층 밝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임무수행 여건이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가 철군을 미루는 것은 북핵 및 한미관계도 고려됐지만 내년께 이라크 종파간 분쟁이 소강상태로 접어들 가능성 있고 그 경우 재건사업 프로젝트가 많이 나올 것이란 점도 감안됐다"며 "우리 군대가 그곳에 없으면 참여하기 어렵다는 점이 철군시기 조정에 크게 고려됐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 같은 결정에도 불구하고 자이툰부대의 파병연장동의안은 파병 반대 국회의원과 시민단체들의 반발로 국회 처리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13만5천700여명을 파병했던 미군은 내년에 13만여명 수준으로, 6천700여명을 파병한 영국군은 2천500여명 수준으로 각각 병력을 감축할 계획이다. 미군을 뺀 외국군 병력은 2003년 이라크전 개전 직후 한 때 5만명에 달했으나 내년 중반께에는7천명 안팎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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