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측 NLL논란과 남북국방장관회담 의식한 듯

북한이 21일 자신들의 '영해'를 남한 해군 전함들이 침범하고 있다며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거론한 것은 올해들어 5번째이지만, 남북정상회담에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하고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을 정하기로 합의한 뒤 처음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북한 인민군 해군사령부가 이날 "무모한 군사적 도발행위를 결코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지난 6월 "모든 타격수단을 동원해 임의시간에 수장시킬 태세를 갖추고 있다. 해전의 범위를 벗어난 더 큰 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는 위험한 불찌(불씨)로 되고 있다"고 말한 것에 비해선 '수위'가 낮다.

그러나 "'북남관계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에 대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노골적인 도전"이라고 말하거나, "북과 남이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하고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정에 합의한 오늘에 와서까지"라고 말하는 등 남북정상회담 합의라는 새로운 상황 전개를 포함시켰다.

북측이 이번에 남측의 '영해' 침범과 "불법비법의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제기한 것은 우선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남북 국방장관회담이 내달 평양에서 열리는 것을 의식해 "nll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자신들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남측에선 남북정상회담 후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와 관련해 nll 논란이 재연되는가운데, 김장수 국방장관은 nll 고수 입장을 거듭 밝혔고, 청와대도 nll은 '실질적 해상경계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정상회담 이후 남측에서 nll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면서 정부에서 '북의 nll 인정'이나 'nll 고수' 등 혼란스런 목소리가 나오자 자신들의 입장을 재확인하려는 것"이라며 "국방장관 회담을 앞두고 남측을 압박하는 효과도 노린 것"이라고 말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북한은 정상회담에서 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정하기로 한 것을 nll을 재설정하는 협상전략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고 "하지만 남측에서 계속 nll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니까 자신들의 입장을 다시 강조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북한 해군사령부의 이날 발표가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평화수역 만들기'를 뒤집거나 nll해법의 방향을 바꾸려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서주석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남북이 정상회담을 통해 평화협력지대로 만들어 가자고 동의한 것은 양측이 서해 해상경계선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그대로 갖고 있으면서 합의한 것"이라며 "북한의 오늘 주장은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일뿐이므로 이를 정상회담 합의와 연결시키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홍현익 수석연구원도 "북한의 이번 주장이 nll을 재설정하지 않으면 합의사항 이행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앞으로 국방장관회담 등에서 nll 문제를 다시 거론할 가능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북측은 최근 남측 해군함정의 nll 부근 해상 활동에 대해 "영해 침범"이라고 주장하며 올해 들어만도 5월 10일, 5월 21일, 5월 30일, 6월 21일에 이어 이번까지 모두 다섯 차례 경고 메시지를 전했다.

북측은 1973년 10월부터 11월까지 모두 43회 nll을 의도적으로 침범하는 이른바'서해사태'를 일으키고,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제346차 및 347차 군사정전위 회의에서 황해도와 경기도의 도(道)계선 이북 수역은 자신들의 연해(沿海)라고 주장한이래 nll 불인정 입장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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